평범한 삶.

by 글밤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생각이다.


눈으로 보는 것은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무심코 듣는 말이나 대화 속 이야기들에 흔들린다. 그런데 순간적인 반응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들이 계속해서 나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생각 때문이다. 혼자서 생각을 계속 키우다 보면, 종종 처음 그 생각이 들었던 시점에서 너무나 멀리 와 있는 지금의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요즘 부쩍 시간이 날 때마다 핸드폰을 집어 든다.

뭔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과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는 초조함이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고 건설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을 보는 것. 갑자기 꽂이는 물건을 검색해 보는 것 등. 하지만 그러고 나면 뭔가 나 자신에 대해 아쉬운 감정이 밀려들 때가 있다.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적인 화려함과 뛰어난 언변들을 마주하고 생겨난 막연한 박탈감일까?

아니면 나와는 다른 ‘특별함’이라는 카테고리에 있는 듯한 삶에 대한 부러움일까?

이렇게 시작된 생각은 결국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에까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필터를 씌운다.


왜 나는 하지 않았을까?

왜 나에게는 없을까?

왜 나만.....

뒤이어 이어지는 수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질문들. 답을 결정하는 질문이 이런 식이기에, 답 역시 나를 힘들게 한다. 그러다 밤이 되고,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 보면, 또 나 혼자 생각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자각을 한다.

나는 평범하다.

딱히 내세울 것도 없고, 세상에서 정해놓은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들도 있고, 매일 고민과 걱정이 나를 휩쓸기도 하고, 삶의 단면 어디를 잘라내도 비슷할 정도로 어제와 오늘은 반복되고 있다.

그런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의 세계도 평범하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일들도, 감정의 데시벨을 최대로 올려주는 일들을 극히 드물게 일어나고, 매일의 소소함이 그 자리를 채운다.

특별함의 반대로 사용되는 평범함.

그리고 그 평범함으로 수식되는 삶.

하지만 문득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 평범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 손이 닿지 않는 저 멀리 있는 막연한 행복이나 특별함이 아니라.)

더불어 특별함의 반대로 사용되는 평범함이 아닌, 보통의 존재성을 나타내는 평범. 그 평범이 주는 위안이 삶을 살아가는 데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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