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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혼자였던 시간이 선물한 단단한 사랑의 기반

마흔에 하는 사랑

by 나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라 그런지 사람의 감정을 잘 읽는 편인 것 같다. 헤어숍에 꼭 머리만을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 후부터 사람들을 더욱 잘 관찰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언제 외로움을 느꼈나.

따뜻한 커피를 들고 풍미 가득한 커피 향에 취해서 그런지 도무지 외로움을 느낀 날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더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본다.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 느낌들을 느낄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했고 출근 전에도 퇴근 후에도 24시간이 모자랐고, 그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흘렀는지 세월이 아쉽기도 한 시간을 보내니 그런 기억이 희미한가 보다.



혼자 보낸 시간들, 그 고독의 순간들이 어떻게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심연의 바다로 들어가듯 더 깊이 내려가보았다.


고독이 가르쳐준 자기 사랑의 시작

많은 사람들이 '혼자'라는 단어를 '외로움'과 동일시한다. 하지만 혼자인 시간은 외로움이 아닌 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만들며 지내왔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나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들.



그때 비로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다른 이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다."

누군가의 이 말이 처음에는 그저 그런 명언으로만 들렸다.



하지만 홀로 보낸 시간들이 쌓이면서,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나의 약점과 결점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을 인정하고 그것들까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은 고통스럽다.


혼자가 된 후, 잘 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부터가 생각의 시작이었다.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며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여도 쉽사리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억눌러 왔던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한지, 어떤 책을 읽을 때 가슴이 뛰는지 - 이런 작은 질문들을 통해 나는 조금씩 나를 진정으로 알아가기 시작했다.





상처가 선물한 성장의 시간

모든 이별과 상실은 상처를 남긴다. 처음에는 그 아픔이 너무 커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상처들이 들려주는 메시지를 듣기 시작했다.

상처는 내가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주었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나는 점진적으로 단단해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법을 배웠다.

눈물이 나면 참지 않고 울었고, 화가 나면 그 감정을 인정했다.

그렇게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나니, 마음속 무거운 짐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읽고 싶었던 책을 펼쳐 들고, 가끔은 혼자 여행을 떠나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시간들. 이런 작은 행복들이 모여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혼자인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통해 행복을 찾지 않게 되었다.


행복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비로서야 알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 후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 후, 나의 관계들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더 솔직하고 진실된 모습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였던 시간이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반이 된다는 것.


이제 안다.

혼자인 시간은 결코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여 만들어낸 단단한 자기 사랑의 기반 위에 더 풍요롭고 진실된 관계들이 피어난다는 것을.



비 온 뒤에 찾아온 맑은 하늘처럼, 혼자였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더 밝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더 단단하고 충만한 사랑으로 그것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의 아들과 딸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다.


"네가 혼자라고 느껴질 때, 기억해. 그 시간은 네가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그 시간들이 네게 얼마나 소중한 선물이었는지 깨닫게 될 거야."





지금 혼자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당신의 고독한 시간들이 언젠가는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그리고 그 단단함이 당신의 삶에 더 깊고 진실된 사랑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혼자인 지금,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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