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운동
아침 공기가 차갑게 폐를 채우게 허용하는 일은 매일 어렵다.
봄날의 이른 아침, 러닝화를 신고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변화를 알면서도 이불을 박차고 나오는 게 쉽지가 않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움직임일 뿐일 수도 있지만, 하루를 여는 의식이자 삶의 방향을 바꾸는 조용한 혁명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은 달리지 말까?"
이불속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얼마나 많은 변명들이 따라붙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러닝화 끈을 묶고 집을 나선다.
봄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내 마음속 겨울은 조금씩 조금씩 한걸음 한걸음 물러간다.
첫 1km는 항상 고통이다.
몸이 깨어나기를 거부하는 듯한 무거움, 숨이 가빠오는 불편함.
하지만 그 순간을 지나면 기적이 시작된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열리는 순간, 달리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 같은 감각.
러닝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역설적으로 달리기와 상관없는 곳에서 빛을 발한다. 일을 하면서 어려움이 찾아올 때, 인간관계에서, 인생의 고비마다 나는 그 첫 1km의 고통이 떠오른다.
그리고 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반드시 편안함이 찾아온다는 것을 안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변화시킨다.
화가 날 때, 슬플 때, 불안할 때. 러닝화를 신고 달리다 보면 감정의 소용돌이가 잔잔해진다. 신체 활동이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기분을 개선한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지만, 그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깨달음이다.
"더 이상 못 가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한 걸음 더 내딛는 경험. 이것이 운동이 주는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 내 한계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용기를 내게 되기도 한다.
운동의 마법은 지속성에 있다. 하루 1시간의 러닝이 하루아침에 인생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30분이 100일, 1년, 10년 이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봄의 상쾌함, 여름의 열정, 가을의 고요함, 겨울의 고독. 사계절 내내 달리며 나는 자연의 변화와 함께 호흡하는 법을 배웠다. 로드 사이클을 타고 언덕을 오를 때에도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인생의 모든 오르막에는 반드시 내리막이 따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내리막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오르막의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나는 이 고통을 선택하는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 순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달리는 동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의 모든 순간으로 확장된다. 운동은 단순한 체력 단련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과정인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 기쁨도, 슬픔도, 성공도, 실패도.
하지만 러닝화를 신고 한 걸음 내딛는 그 순간만큼은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 있다.
숨소리, 발소리, 심장박동이 하나가 되는 그 순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운동은 나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주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 한 걸음 더 내딛는 용기,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