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꼬박, 쉬는 날마다 함께했다.
그 남자와 함께라면 무엇을 하든 좋았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여행을 했다.
그렇게 쌓아 올린 시간들이 참 많았다.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남자는 2달 동안 베트남으로 가야 했다.
그 결정을 내린 자신이 미안했는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쉴 틈도 없이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잡을 수도 없었다.
그 남자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는 함께해야 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7시 35분 비행기.
새벽 2시 30분부터 준비했다. 그 남자를 배웅하는 길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공항에서 마지막 서로를 안아주며 인사를 나누고,
그는 3번 게이트를 지나 사라졌다.
혹시나 돌아볼까,
한참을 기다렸다.
그의 뒷모습만이 점점 멀어졌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이제야 가시는구나~"
카톡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위치를 확인했다.
"사람이 많아서 안 보여요."
그러자 그는 뒤를 돌아서 멀리서 손을 높이 들어 깃발처럼 흔들었다.
나는 그렇게 그 남자를 마지막 얼굴을 담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슬플 새도 없이 출근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못내 서운함을 숨기지 못하고 내비쳤다.
왜 바로 뒤돌아보지도 않았느냐고.
그는 말했다.
"바로 돌아보면 당신 우실까 봐... 조금 있다 봤답니다^^;;;"
그 남자의 카톡 속에 있는 저 웃는 이모티콘은 어쩌면,
그 남자의 울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떠나기 전날 밤,
우리는 마지막 잔을 기울였다.
그는 조용히 잔을 내려놓더니
문득, 눈가를 붉히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도 무서워."
"당신이 걱정할까 봐 씩씩한 척했지만, 사실 나도 두 달 동안 떠나는 게 너무 두려워."
태연한 척, 괜찮은 척,
서로가 서로를 위해 꾹 눌러 담았던 감정들이
결국 그 마지막 밤에 터졌다.
우리는 우연히 만났다.
서로의 상처를 덧나지 않게 조심하며,
서로를 감싸 안으며,
그렇게 조금씩 치유되어 갔다.
진심으로 아껴주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한 여자였고,
두 아이의 엄마였고,
언제나 씩씩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잘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데도,
오늘, 그 남자가 없는 맑디 맑고 푸르른 봄 하늘은,
햇볕이 따사로이 비치는데도 춥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