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와 사랑 -
인생은 낭비하는 것.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미쳤다고 하겠지?
인생은 열심히 살아야 하고, 낭비하면 안 되고, 낭비할 시간에
미친 듯이 살아야 하는 거라고.
이렇게 충고해도 시원찮을 판에 인생을 낭비하라니.
이 얼마나 개 같은 소리인지.
근데 이 글이 마음 안으로 들어왔어.
나는, 20대의 나는 인생을 낭비할 시간이 없었거든.
살아야 했으니까, 회사를 다니며 대입을 준비했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학업 병행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했어야 했으니까.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며 공부하는 것.
그 공부가 내 미래를 위해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면서
그냥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했지.
보이는 미래가 있다면 덜 불안했을까?
늦게 대학을 갔으니, 대학을 졸업해도 나를 신입사원으로 쓸 회사가 많지 않았고,
대학 졸업을 할 때엔 IMF가 터졌지.
난 뭘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난 뭘 위해 앞만 보고 살았을까?
불안했고 힘들었던 그때 운이 좋아선지 취직을 했고,
결혼을 했고, 너희를 낳아 키웠지.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살았으니 계속 직장을 다니며
내 꿈을 펼칠 줄 알았는데 너희를 키워야 해서 직장을 그만뒀지.
이렇게 될 거라면 그때 젊은 시절 나는 조금이라도
인생을 낭비하며 살았어야 했어.
나를 위해, 인생을 낭비했어야 했더라고.
그러니 현아. 너도 가끔은, 때로는 네 인생을 낭비할 필요가 있어.
그 낭비의 의미가 흥청망청하라는 게 아니야.
네 정신을, 네 마음을, 네 주변을 위해
잠시 한눈팔며 네가 위로받을 수 있는 그 뭔가를 위해 낭비가 필요한 거야.
넌 아직 젊으니까 다양한 형태로 낭비해.
그 낭비가 나중에, 네가 조금 더 나이 먹었을 때
감사함으로 느낄 수 있게,
그렇게 조금은 낭비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