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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기원이 존재하는 것일까?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작가)을 읽고

by 꿈에 날개를 달자

박지리 작가 편. 합*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그리고 세븐틴 세븐틴. ( 책은 읽었지만 다른 작가들의 단편도 같이 있어서 생략하려고 한다.) 그다음 나온 책이 바로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책. 상당히 두꺼운 벽돌 같은 책을 2번이나 읽은 책. 바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책의 여운이 너무 강해서 뮤지컬은 안 봤다. 요절한 작가의 책이라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란 책은 구입해 놓고 한동안 읽지 않았었다. 이 책마저 다 읽어 버리면 그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을 테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책이 800페이지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상당히 두꺼운 책을 2권으로 만들지 않고 한 권으로 만들어 읽는 동안 무겁고 불편했지만 한 순간도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장식될지 너무도 궁금했으니까. (이 책 이후 분권을 해서 3권으로 다시 나온 걸로 안다)


국가 핵심 권력을 가진 자들이 거주하는 1 지구. 그리고 60년 전 일어난 12월의 폭동으로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9 지구. 1 지구부터 9 지구까지 완벽하게 구획된 이 곳은 과거인지 미래인지 알 수 없는 곳이다. 12월의 폭동 이후 9 지구 후디 출신으로 1 지구에 정착한 러너 영.(할아버지) (어떻게 1 지구에 정착했는지 알아가는 것이 스릴 넘친다 ^^) 30년 동안 친구의 추도식을 주최하고 참여하는 문교부 차관이자 프라임 스쿨 위원장이며 차기 대통령 후보 니스 영(아버지), 1 지구 최고 기숙학교 프라임 스쿨의 모범생 다윈 영.(주인공), 다윈 영의 친구이자 1 지구를 비판하는 프라임 스쿨 아웃사이더 레오, 9 지구 후디에게 살해당한 제이 삼촌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루미.


루미는 제이 삼촌의 죽음이 단순 강도 사건이 아니라 생각한다. 자신은 4 지구 출신인 엄마와 결혼해 7급 공무원 서기직에 만족하는 아버지 조이 헌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때문에 늘 프리메라 여학교 교복을 입고 자신을 드러낸다. 위대한 사진작가 해리 헌터의 손녀이자 프라임 스쿨에 입학하고도 학교에 가지 않은 제이 삼촌의 조카라는 사실이 루미는 늘 자랑스럽다. 때문에 제이 삼촌의 죽음에 대해 더욱 밝히고 싶은 부분이 많다. 살인 사건 당시 그 방에서 없어진 것은 사진 한 장. 그 사진은 12월의 폭동을 기록한 사진으로 그 사라진 사진이 사건의 열쇠라 생각한다. 루미와 다윈 영은 제이 삼촌 추도식에 참여 해 친해진 뒤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9 지구로 향하고 그곳에서 9 지구 하층민의 삶을 보게 된다. 역사책에서 배운 것과 다른 9 지구의 모습과 진실들.. 이들은 제이 삼촌의 죽음을 밝힐 수 있을까? 그리고 진실은 밝혀질까?


8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언제 다 읽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잡은 순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그 진실이 정말 진실인지 그리고 진실은 정말 밝혀지는 것인지... 그리고 생각한다. 이 책이 말하는 프라임 스쿨이 지금 현재 어떤 학교와 비슷한지, 역사를 왜곡하자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과 힘 있는 자들의 보이지 않는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 책은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지 않다. 이 책은 지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나쁜 일을 하면 안 된다고, 결국에는 망한다고 가르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쁜 일을 하고 최고의 자리에 앉고 그 자리를 자신의 아이에게 그리고 손자에게 물려주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는 힘 있는 자들을 본다. 겉으로는 자상하고 멋진,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모습은 가난하고 힘없는 누군가의 피와 땀이라는 사실을 고위직 아이들은 모른다. 정직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 자신도 결국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무섭고 우울하다.


이 책은 내 아이뿐 아니라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악의 기원은 무엇이고 그 악이 진짜 악인지, 그 악을 행하기 전 상대는 또 어떤 악의 기운을 가진 사람인지, 때론 어떤 상황이 사람을 극한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책을 덮고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게 만드는 참 재미있는 책. 작가는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길고 탄탄한 글을 쓸 수 있는지, 놀랍다. 하지만 이제 이런 글을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도 안타깝다. 나중에라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두껍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은 책. 악의 기원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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