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무라타 사야카)을 읽고
보통. 보통의 사전적 의미는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다. 우리는 이 보통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보통이 아닌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회색의 모습을 한 인간들 사이에서 빨간색이나 노란색의 인간은 이상하기만 하다. 튀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튀고 싶고, 조금은 특출 나기를 바라는 것. 이것이 인간이 가진 모순은 아닐까? 뛰어난 사람을 보며 시기 질투를 하면서도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거나 보통이 아닌 사람을 보면 무시하게 되는 것. 하지만 이 사회에 보통이 존재하고, 정상과 비정상이 존재하기는 할까? 어떤 것이 보통이고 어떤 것이 정상인 것일까?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의 주인공 게이코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녀의 성격은 평범하지 않다. 어린 시절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자신이 결코 보통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게이코는 조용히 그림자처럼 지낸다. 그렇게 성장한 게이코는 대학교 1학년 때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이 곳에서의 알바가 그녀를 정상적인 세상의 범주로 만들어 준다. 이후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게이코. 편의점 안에서 게이코는 편안함과 자신의 정체성을 느낀다. 하지만 게이코가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되자 사람들은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연애도 결혼도 심지어 변변한 직업도 없이 혼자 살아가는 그녀를 사람들은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그녀 앞에 백수에 남 탓만 하는 ‘시라하’가 나타나고 그녀의 인생에 끼어드는데...
게이코 앞에 나타난 시하라. 그리고 시하라를 대하는 게이코의 행동이 내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책이 말하는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보통을 생각하게 된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98)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보통의 의미를. 나 역시도 보통을 위해 살아왔는지, 보통이 아닌 사람을 비정상으로 생각했는지 생각해 봤다. 파란색의 아이들 앞에선 파란색이 되고 빨간색의 아이들 앞에선 빨간색이 되어야 하는 카멜레온 같은. 그런 사람이기를 바랐었나? 자신이 가진 고유의 색을 발전시키고 그 자체로 아름답게 하는 것. 이게 중요하다는 생각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키웠나? 하면 그 또한 잘 모르겠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을 세상의 부품으로 만들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남들이 말하는, 남들이 좋아하는, 남들이 보기에 화려한 직업을 선택하고 그 길로 가기 위해 아이들에게 채찍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아이는 특출 난 아이이기를 바라면서 결국은 보통의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시선. 혹 우리도 편의점식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나를 반성해 본다.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런 곳에서 일한다고 멸시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는 그게 몹시 흥미로워서 그렇게 깔보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걸 비교적 좋아한다. 아 저게 인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