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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다

울 작은 녀석. 나에게 선물을 줬다.

by 꿈에 날개를 달자

모든 엄마들은 알 겁니다.

내가 열 달 동안 품었고 힘들게 낳았지만 저 녀석들은 낳는 순간

내 자식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어떤 경로로 어떤 유전자를 받았는지 그 비밀을 안다면 아이를 키우는 게 덜 힘들었을까요?

분명 엄마 아빠가 같고 그 둘의 유전자를 받았을 텐데 아이들은 왜 그렇게 다를까요?

아이들을 키우는 매 순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고,

정성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는데 이들은 왜 어디로 튈지 모를 럭비공 같을까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기쁜 순간도 있었지만 사지가 떨릴 정도로 화가 나고

화나 본 적도 많습니다.

저것이 사람으로 태어났으면서 왜 사람 새끼처럼 행동하지 않는지

속이 문드러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속 썩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내려놓으라고, 지하 깊숙이 내려놓으라고 얘기하지만

그건 이론과 실제가 참 다른 이야기입니다.

작은 녀석이 다양한 형태로 사건과 사고를 치면서 많은 책을 읽었고

내 마음도 다양한 형태로 방황을 했으니까요.


그런 애증의 시간이 6년이네요.

이러다 소멸해 버릴 것 같은 썩어 문드러지는 마음들.

견디고 견디고 견디고 견딘, 참고 참고 참고 또 참고 참은 시간들.

온몸에 사리가 생겨 조만간 어디로든 승천(?)할 것 같은 그즈음.

울 작은 녀석.

수능 시험을 보고 나와서 엄마인 저를 보며 제일 먼저 한 말은

"엄마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였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제 겨울 구스 패딩을 사줬습니다.

하얀 첫눈 같은 색깔의 패딩을.


부모란 그런 존재 같아요.

오랜 시간 그 아이로 인해 힘들고 아프고 걱정되면서도

아이가 날리는 그 한 방에 웃고 견디고 견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저에게 구스 패딩 한 방을 날리고,

여전히 골 때리는 짓을 하고,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짓을 하고,

여전히 가오발에 죽고 살고,

여전히 정신 못 차리지만.

저는 믿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사나이가 되고, 성숙한 남자가 되고, 성숙한 어른이 되어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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