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와서 꽃피는 게 아니다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이다
긴 겨울 찬바람 속
얼었다 녹았다 되풀이하면서도
기어이 새움이 트고 꽃 핀 것은
우물쭈물 눈치만 보고 있던
봄을 데려오기 위함이다.
봄을 맞이하는 자세 2 (이청하)
사랑하는 현아.
그곳은 남쪽이니 서울보다는 빨리 봄이 오겠구나.
바닷가라 바람이 불어 더 추우려나?
그래도 바람결에 봄이 방긋 인사를 할 것 같아.
햇살은 서울보다 따뜻하고 바람도 한결 가볍고 살랑거리는.
너는 훈련하느라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을 거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현아.
엄마가 늘 말했지?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그 자체를 즐기라고.
그곳이 결코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아니지만 계절이 변하고 바뀌고 달라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네가 되면 좋겠어.
어느 곳보다 힘들 것이고, 처음 겪는 상황 속에서 멘붕이 올 거야.
그건 너뿐 아니라 모든 훈련병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고.
근데 엄마가 아는 너는,
네가 아는 너는,
계절이, 상황이, 기분이 어떻게 변하고 달라지는지
느낄 수 있는 아이라는 거야.
네 마음은 긴 겨울 찬바람 같을 거야.
하지만 얼었다 녹았다 되풀이하면서 기어코 봄이 오듯
너도 그곳에서 잘 적응하고 잘 지낼 거라 믿어.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적당히
너무 열심히 하다 보면 지칠 수 있으니까.
알았지?
사랑하는 현.
지금은 겨울 같겠지만 봄이 반드시 온다는 거. 잊지 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