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27)
- 말의 품격 중에서 / 이기주 -
나이 들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있어.
'나이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라.'
엄마도 그래서 많이 노력하는 부분 중 하나야.
너희들의 말을 많이 들으려 하고 공감해주고 싶어.
네 이야기를 많이 들어 버릇해서 네가 군에 간 지금
제일 그립고 기억나는 건 너와의 대화란다.
우린 왜 그렇게 다양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했던 걸까?
그리고 엄마는 네 이야기가 왜 그렇게 좋았을까?
너의 이야기, 네가 해주는 다양한 의견은 엄마를
단단하고 견고하게 해.
예전엔 네 동생 하고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
어쩜 저렇게 엄마와 다를까. 저 아이는 왜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제 생각만 하는 것일까?
저 아이와는 대화하고 싶지 않아.
엄마의 이런 생각이 네 동생에게도 전해졌나 봐.
그러니까 네 동생은 온몸으로 엄마와의 대화를 거부했는지도.
너에게 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을지도 모르겠어.
엄마는 너와 똑같이 한다고 했지만 말이야.
네가 군에 가고 혼자 남겨진 네 동생은 확실히 예전이랑은 달라졌어.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엄마 옆에서 이야기를 해줘.
친구 이야기, 정치 이야기,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엄마는 다 들어주려고 노력해.
말을 끊지 않고 온전히 다 들어주기 위한 노력.
그리고 생각해.
엄마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충고하지 말자고.
충분히 들어주고 본인의 생각을 끌어내는,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이끌어 내 줘야 한다고.
고맙다 현.
네 덕분에 알게 된 지혜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