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트라우마

강아지 일기 4

by 운고

보스는 야외 산책을 하다 인적이 드문 곳에 가면 목줄을 풀어준다. 아마도 나를 위한 배려일 테다. 그날도 목줄에서 자유로워진 나는 우리 동족들의 흔적을 쫓아다니며 킁킁대기도 하고 힘찬 뒷발질로 흙들을 파헤치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었다. 세탁소를 가야 했던 보스는 그런 나를 두고 잽싸게 달려 길 건너 세탁소에 세탁물을 던지고 돌아섰다. 그 찰나의 순간, 보스를 쫓아가던 나는 달려오던 승용차에 부딪히고 말았다. 보스는 한걸음에 달려와 나를 안고는 병원으로 달렸다. "미안해, 미안해." 숨을 헐떡이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던 보스, 다행히 속도를 낼 수 없는 좁은 골목길 사고여서 상처는 경미했다. 츤데레 보스, 뭐라 한마디 하려나 싶었는데 많이 놀랐었나 보다. 애잔하게 쳐다만 볼 뿐 말이 없었다.


어제도 보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인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니 누나가 많이 다쳤다는 전화, 보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도 가슴이 철렁했다. 그날이 떠올랐다. 누나가 사무실을 걸어가던 중 구멍에 빠져서 무릎을 다쳤다고 한다. 사무실 바닥에 전기 배선시설이 있는데 고장을 수리하던 분이 뚜껑을 열어 둔 채 자리를 비웠던 모양이다. 사무실 바닥에 사람이 빠질 만한 구멍이 있으리라고 그 누가 생각하겠는가.

얼마나 아팠을까. 그나마 깊지 않아 다행이지 깊었으면 어쩔 뻔.


5,6년 전 일인데도 나는 아직 차가 무섭다. 차가 달리는 길엔 몸이 움찔거린다. 누나도 사무실을 걸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리라.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해서 무서웠던 그 순간이 사그라드는 건 아니다. 사고의 잔상은 생각보다 깊고 길다. 아저씨가 자리를 비우며 뚜껑만 닫았으면 모두가 행복했을 공사였다. 나의 안전만큼 누군가의 안전에도 경고등을 확실하게 달았으면 싶다.


그나, 가을무처럼 토동토동한 다리를 세상에 내어 놓는 건 범죄라며 놀려대던 오조 형아는 이제 열 바늘이나 되는 흉터자국까지 얹어졌으니 제대로 신나겠다. 가을 무에 실밥 자국이라, 형아의 명명식이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