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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클 Apr 08. 2021

For a walk OST

집 앞이야. 대충 입고 나와~


“헬로우 월클, 산책하러 나갈까?"



"저는 댕댕이는 아니지만, 산책을 좋아해요. 산책용 음악을 지금 플레이할까요?"



옷깃을 꽁꽁 싸매고 걸음을 재촉하던 겨울은 이제 안녕. 한결 따뜻하고 부드러워진 바람이 뺨을 스치니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계절입니다.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는 일도,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선선한 바람에 커피를 곁들이는 일도, 퇴근길에 동네 친구와 편의점 앞 간이 테이블에 앉아 가볍게 캔맥주 한 잔을 걸치기에도 제격인 계절이죠.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집에서만 보내기 아깝지 않나요? 가벼운 차림으로 꼭 필요한 것만 챙겨서 밖으로 나가 봐요. 도시가 돌아가는 묵직한 소리,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말과 웃음소리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다면 나긋한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어요. 나를 재촉하지 않고 오히려 내 걸음에 발맞춰줄 그런 평온한 음악들로요. 산책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해 주는 데다 숙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요.


만약 산책을 나서기 어렵다면 창문을 활짝 열고 잠시 밖을 내다보세요. 자연의 향기를 품은 허브티 한 잔으로 산책을 대신해도 좋고요. 매일 벨로체(veloce:빠르게 연주하라)로 연주되는 일상 속에 쉼표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휴식의 순간은 당신의 남은 하루를 더 경쾌하고 힘차게 보낼 수 있게 해 줄 거예요.


오늘은 당신의 휴식에 나긋한 OST 트랙이 되어줄 만한 음악을 준비했어요. 몽롱한 빛깔, 꿈결 같은 선율, 복잡 미묘한 마음을 정확하게 캐치하는 화음에 이 시간을 맡겨봐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흘러나오면 어디선가 따뜻한 산들바람이 당신의 마음을 향해 불어올 테니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보세요. 말러의 교향곡이 시작되면 소란한 생각이나 바쁜 마음은 잠깐 일시 정지시키고, 오직 세상에 음악과 나만 존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멋진 시간을 플레이해보는 거예요. 이어서 라벨이 당신을 '밤의 가스파르'로 데려갈 거예요. 사월의 푸른 밤, 보석 같은 빛으로 수놓은 별들이 당신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이 신비한 여행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당신을 향해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경쾌하고 멋지게 응원해줄 거예요. 이 음악이 모두 끝나면 당신은 일상으로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그 일상은 첫 곡을 시작할 때의 모습은 아닐 거예요. 일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과 마음이 훨씬 여유롭고 따뜻해져 있을 테니.


PLAY LIST



드뷔시 -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지휘: 로랑 프티지라르, 연주: 코리안심포니)

말러 - 교향곡 1번 1-2악장(지휘: 최희준, 연주: 코리안심포니)

라벨 - 밤의 가스파르(편곡: 마리우스 콘스탄트, 지휘: 로랑 프티지라르, 연주: 코리안심포니)

리스트 - 피아노 협주곡 1번 3-4악장(지휘: 최희준, 피아노: 바르단 마미코니안,  연주: 코리안심포니)



글쓴이  오스트

모국어는 서양음악. 출신지는 서울.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음악 프로세서입니다.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처리하지만 그래도 서양음악을 제일 좋아합니다. 

가끔 서양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장이 나면 테크노로 자가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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