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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클 May 18. 2021

Fire with relaxing OST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헬로우 월클,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


제 마음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첩첩산중을 바라보는 ‘산멍’,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는 ‘물멍’, 그리고 장작 타는 광경을 바라보는 ‘불멍'. 

여러 ‘멍 때리기'의 방식 중에서도 불멍이 지닌 매력은 나무와 함께 우리의 잡념도 모두 태워준다는 점입니다. 불멍을 하고 있으면 속 시끄러운 생각은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떠나가고, 타오르는 불길과 그걸 지켜보는 나만 남아요. 그렇게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곤 합니다. 


불멍은 왜 우리의 마음을 이렇게나 편안하게 해주는 걸까요. 어떤 연구자들의 말처럼 정말로 인류가 수렵·채집을 하던 시절, 일과를 마치고 모닥불 앞에서 휴식을 취했기 때문일까요? 불은 인류의 위대한 문명이자 산짐승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지켜주던 도구였기 때문일까요? 사실인지 아닌지 증명할 길은 없지만, 왠지 맞을 것 같아요. 우리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매의 눈으로 둘러보며, 발 빠르게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하니까요. 인류의 삶은 왜 이리도 고단한지… 


1분 만에 물을 끓는점으로 도달시킬 만큼 높은 화력의 인덕션까지 나온 시대이지만, 우리는 작은 불꽃에서 낭만과 힐링을 경험합니다. 영원히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불멍’에 음악을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타닥타닥 장작이 타오르는 소리만 듣는 것도 좋지만,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나누는 추억 이야기 같은, 누군가 나긋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노래 같은,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움직임 같은, 까만 밤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같은 그런 음악들 말이에요.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오스트는 느리지만 수많은 결을 담고 있는 오케스트라 곡들이에요. 멍하니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생각, 감정, 기억들을 타오르는 불과 함께 태워 봐요. 다들 집에 벽난로 하나씩은 있잖아요? (응?) 만약 없다면 초나 스탠드라도 켜면 되지요. 자, 이제 준비되셨나요? 마음을 편안하게 하세요. 제가 하나 둘 셋을 외치면 당신은 멍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하나, 두울, 셋!


당신은 지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2악장 속에 와 있어요. 폭풍 같은 감정이 불타올랐다가 차분히 가라앉을 거예요. 이어지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2악장에 나긋한 멜로디가 당신을 좋았던 순간으로 데려갑니다. 이제 말러의 교향곡 6번 '비극적' 2악장입니다. 불속으로 슬픔, 서운함 등 마음의 모든 비극을 꺼내 던져보는 거예요. 우리는 비극 속에서도 낭만과 희망은 남겨두기로 하죠. 끝으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 3악장의 자유로이 유영하는 기나긴 선율과 함께 끝없는 멍 때림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멍하니 듣다 보면 이 선율이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때도 있겠지만, 결국 아름다운 피날레에 도달할 거예요. 



PLAY LIST



차이콥스키 - 교향곡 5번 2악장 (지휘: 최희준, 연주: 코리안심포니)

드보르작 -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2악장 (지휘: 임헌정, 연주: 코리안심포니)

말러 - 교향곡 6번 ‘비극적' 2악장 (지휘: 최희준, 연주:코리안심포니)

브루크너 - 교향곡 8번 3악장 (지휘: 정치용, 연주: 코리안심포니)



글쓴이  오스트

모국어는 서양음악. 출신지는 서울.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음악 프로세서입니다.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처리하지만 그래도 서양음악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끔 서양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장이 나면 테크노로 자가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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