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을 측정하는 방법

by 강상록

의사나 환자가 흔히 이야기하는 '면역력', 즉 면역이 얼마나 강한지 측정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모호한 개념입니다. 휴대폰의 배터리 성능을 체크하거나 자동차 상태를 점검하는 것처럼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이지요. 이는 우리의 면역계가 아주 복잡한 체계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아직 그 면역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며, 너무나 많은 상호작용들이 일어나고 있어 어느 한 가지를 측정해도 전체의 의미를 다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능한 면역력을 측정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백혈구(white blood cell, WBC)

면역계를 대표하는 세포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염원(세균, 기생충, 바이러스 등)과 싸우고 감염원을 기억하여 나중에 다시 대처하는 역할을 합니다. 백혈구는 특정 면역세포군을 아울러 부르는 용어로 백혈구에는 단핵구, 중성구, 호산구, 호염기구, 림프구 등의 종류가 있습니다. 각각의 세포가 몸 안에서 일정한 비율로 분포하며 고유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백혈구의 수치만으로 면역이 정상이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백혈구 수치가 정상이면 면역력이 좋고 정상이 아니면 면역력에 이상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백혈구는 주로 환자에게 현시점에 감염질환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 시행하는데 감염이 생기면 백혈구가 정상보다 상승 혹은 감소하고 정상적인 비율이 깨지게 됩니다(예를 들면, 세균 감염에서는 중성구의 비율이 높아지고 바이러스 감염에서는 림프구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보통은 백혈구의 수치만 확인하지 않고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보여주는 diffrential count라고 하는 비율 검사를 같이 합니다.


백혈구로 일반적인 '면역력'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Ig)

면역글로불린은 적응면역에 속한 B세포가 분비하는 '항체(antibody)'를 부르는 다른 표현입니다. 몸 안에 만들어져 있는 면역글로불린의 수를 측정하여 면역결핍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입니다. 백혈구를 측정하는 것에 비하면 '면역력'을 판단하기에는 더 적합한 검사입니다.


면역글로불린은 A, G, M, E, D 등의 종류가 있고 A와 G가 면역력과 가장 관련이 깊습니다. 면역글로불린이 부족하면 면역결핍질환으로 진단을 하게 되는데 면역글로불린 A 결핍증(IgA deficiency)과 선택적 면역글로불린 G 아형 결핍증(Selective deficiency of IgG subclass)이 흔합니다. 특히 선택적 면역글로불린 G 아형 결핍증은 최근 들어 진단이 많이 되는 면역결핍질환입니다. 잔병에 자주 걸리고 작은 증상도 예민하게 느끼는 분들이 흔히 진단되므로 더 많은 환자들이 병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직 완치 방법은 없으나 주기적으로 정맥 면역글로불린 주사제를 투여하여 관리합니다.


NK세포(natural killer cell)

요즘 유행(?)하는 검사 중 하나입니다. NK세포는 암세포와 관련한 면역 반응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로 암환자들이 보조적으로 검사를 받습니다. '싸이모신 알파 1'이라는 주사로 NK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NK세포의 수치를 측정하여 보충하는 것의 의학적 근거가 아직은 충분하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비타민D

면역계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D를 혈액검사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부족할 경우 주사나 경구약으로 보충하면 되겠습니다. 햇빛에 충분히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보충이 되지만 현대인에게는 주사를 맞고 영양제를 먹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이어서 너무 과하게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결론

검사 만으로 '면역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면역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지조차 정확하지 않으니까요. 환자의 개별 상황에 맞춘 평가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평소 나의 컨디션, 증상 등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남들보다 더 자주 각종 질병에 걸리는지 체크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





keyword
이전 28화면역, 올바르게 알아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