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돌아볼 때가 되었다. 나는 좋은 글을 쓰고 있을까.
2024년 2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나 1년 동안은 글을 쓰는 둥 마는 둥 했다. 한 달에 글을 한 개도 채 올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작가가 된 '기분'만 내면서 글을 '제대로' 쓴다는 핑계로 키보드 수집에 집중했다. 2025년 2월에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과감히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해 버렸다. 저질러 버리니 글이 써졌다. 몇 가지 브런치북을 꾸준히 연재하면서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작년에는 글을 많이 안 썼지만 수필 대회에서 입상을 한 번 했다.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이라는 의사들만 참가하는 수필 대회였다. 대상을 타면 에세이 잡지를 통해 수필 작가로 등단도 시켜주는 대회였다. 그때까지 제대로 된 수필은 거의 써본 적이 없었으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어라? 진짜 동상을 타버렸다. 한동안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으로 살았다. 의사시험 합격보다 더 기뻐한다고 아내가 말했다. 올해 동상이면 내년쯤에는 대상도 타겠는걸?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우주까지 뻗쳐갔다.
2025년 보령 대회에 다시 출품했다. 작년에 상을 탔어도 출품을 할 수는 있었다. 대신 그동안 받은 상보다 높은 순위로 심사가 될 때만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는 글을 꾸준히 써왔으니 더 나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몇 주 후 '보내주신 작품이 훌륭했지만 수상작 수의 한계로 부득이하게 선발하지 못했습니다'라는 세상에서 가장 정중하고 따뜻한 거절 메일을 받았다.
내 글이 좋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좋은 글은 무엇일까. 한동안 읽은 여러 권의 글쓰기책에서 좋은 글을 쓰는 방법들을 배웠다. 의미 없는 수식어를 빼고, 문장을 간결하게 쓰며, 수동태로 꼬아서 표현하지 말 것. 첫 문장과 첫 문단을 흥미롭게 구성하고,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며(묘사), 낯설게 표현해 보기 등.
글쓰기책을 당분간은 그만 읽기로 했다. 법칙이나 방법을 안다고 좋은 글이 써지는 건 아니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스스로도 명확히 알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만의 방식으로 구성하여 표현하고, 감정을 담고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 수 없는 내용일 것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꾸준히 쓰는 게 답이라는 말을 다시 믿어보려고 한다. 세세한 글쓰기 규칙과 방법보다는 어떤 말을 어떤 방식으로 전할지를 더 많이 고민하려고 한다.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고, 자연을 걷고, 숨이 차오르게 뛰어보고, 울고 웃어보려고 한다. 평소 멀리하던 종류의 책을 오히려 가까이하고, 싫어하던 장르의 영화를 찾아보며,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취미를 시작해보려 한다.
수필 대회를 하나 더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브런치북 연재도 준비 중이다.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책 출간까지 염두에 두고 '제대로' 써보고 싶은 마음이다. 한동안은 온통 그 생각뿐이다. 나 스스로를 의심할 틈도 없이 글에 빠져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