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입원한 어느 날 아침, 병원 앞 카페에서 노트를 펴고 끄적이는 글. 몸이 부서질 것 같고 눈이 감긴다. 전날 밤 보채는 아이 때문에 밤을 거의 새운 까닭이다. 잠시 쉬러 나와 커피를 앞에 두고 노트를 펴고 연필을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삶의 기둥이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흔들림은 삶을 무너뜨릴 것 같은 흔들림이 아니다. 도리어 내 삶의 필요 없는 부분과 낭비되는 시간을 모두 털어버리고 새 기초를 쌓도록 만들고 있다. 몰랐던 것을 배우고, 느껴보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울고, 웃고, 불안하며 기쁘다. 나는 무너졌다가 다시 단단히 세워지고, 다시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아직은 낯설다.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 들어 우울하기도 하다(그저 잠을 못 자서 일 수도 있다). 한동안은 혼자서, 오롯이 나를 위해 살았다면 남편의로서의 나와 아빠로서의 내가 더해져 새로운 내가 빚어지고 있다. 빚어지면서 느끼는 아픔이 아닐까.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쓴다. 종이에 연필을 대고 꾹꾹 눌러 글씨를 쓰는 손. 글을 따라가며 읽고 있는 눈과 입(비록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글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생각. 조용한 공간에서 점차 안정되어 가는 마음. 나는 살아있고 그래서 쓰고 있다. 쓰는 나는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