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by 강상록

일순간 하늘이 밝아진다. 수십 가지 색을 섞은 스프레이를 뿌린 듯 작은 점들이 하늘에 박힌다. '펑'하는 소리와 사람들의 '와'하는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불꽃놀이를 보고 있다. 왼팔에 안겨있는 아기도 하늘을 바라보고 있지만 큰 관심은 없다. 관심은커녕 소리가 무서운지 칭얼대기 시작한다. 불꽃놀이를 재밌어하기에는 아직 어린 듯하다. 사는 동네와 가까운 곳에 큰 불꽃축제가 열려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 다른 가족들도 그랬는지 도로가 꽉 막혀 차들은 오도 가도 못했고, 사람들은 광장과 인도를 빼곡히 메우고 불꽃을 올려다봤다.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이 모인 줄 알았다.


좋은 자리를 찾으러 빈 공간을 구석구석 찾아들어가고 있었다. 문득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 액정을 통해 하늘을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흔한 광경인데도 생경했다. 찍은 영상을 다시 볼까? 나도 멋진 광경을 소장하고 싶은 욕심으로 많은 영상을 찍어왔지만 다시 보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영상은 한참 지나서 보면 도대체 언제 찍은 건지, 내가 찍은 게 맞는지조차 헷갈린다.


어느 때부터인가 멋지고 좋은걸 볼 때 영상을 찍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최대한 눈으로 담고 기억하려고 한다. 직접 보고, 느끼고, 겪는 실제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려 한다. 아무리 영상기술과 스마트폰이 발전해도 눈으로 보는 각도, 색감, 거리감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에 밝아지는 주변 공간, 가슴을 울리는 '펑'소리, 사람들의 환호, 온몸의 전율, 얼굴과 손에 닿는 차가운 밤공기와 안고 있는 아기의 따뜻한 체온, 아기가 내는 사랑스러운 소리까지. 영상은 도저히 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영상을 찍어 그저 '보관'하거나 SNS에 올려 다른 사람들에게나 보여준다. 평생 한 번인 오늘의 기억을 휴대폰 액정에 가둔 채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우리의 소중한 경험은 휴대폰 액정의 크기만큼, 카메라의 성능만큼 축소되고 왜곡되어 저장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소중한 경험을 잃는다. 나는 앞으로도 불꽃놀이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기술은 점점 발전하니 매년 더 멋있는 불꽃놀이를 보게 될 수도 있다(드론쇼가 생긴 것처럼). 그러면 2025년 11월에 찍은 불꽃놀이 영상을 다시 찾아보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반면, 영상을 찍는 대신 눈과 귀와 피부와 마음으로 느낀 이 모든 경험은(비록 흐려진다 해도) 죽을 때까지 가슴에 남을 것이다.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현재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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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