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체 내가 뭐라고

아이에게 부모란

by 써노

요즘 우리 아들은 까꿍 놀이에 푹 빠졌다. 얇은 이불 끝자락을 앙증맞은 두 손으로 꼭 붙잡고는, 팔을 번쩍 들어 얼굴을 가렸다 내렸다 반복하며 까르륵 웃음을 터뜨린다. 사실, 이 단순한 놀이는 생각보다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대상 영속성'이라고 부르는데,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 영원히 없어진 게 아니라 어딘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 중요한 발달 과정이라 한다. 아무리 머리로는 이해한다 해도,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에게 이 까꿍 놀이가 특별히 와닿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가 내리며 웃을 때, 아이가 단순히 사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아빠라는 존재를 확인하며 즐거워한다는 점이다. 까꿍, 하는 순간마다 아이는 "여기 아빠가 있구나!"를 확인하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은 모습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책장에는 여러 권의 사운드북이 꽂혀 있는데, 표지에 소리 버튼이 드러난 책이 있다. 아들은 기어가서 유독 그 버튼을 자주 누른다. 그 중에는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는 책이 있는데, 얼마 전까지는 버튼을 눌러놓고 스스로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재미있는 건, 놀라자마자 우는 게 아니라 꼭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엄마 아빠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야 울음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울음조차 부모의 존재를 확인한 이후에 시작된다는 점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우리 아들은 혼자서도 잘 노는 기특한 아이다. 물론 엄마 아빠가 함께 놀아주면 더 신나하지만, 곧잘 여기저기 탐색하며 자기만의 세상을 넓혀나간다. 그런데 아이는 탐색하다가도 종종 고개를 들어 엄마 아빠의 위치를 확인하곤 한다. 그러다가 가까이에 있음을 알아채면 꼭 우리의 무릎 위로 기어오른다. 무릎 뒤편의 장난감을 가지러 갈 때도, 굳이 돌아가지 않고 우리의 몸을 넘어가는 경로를 선택한다. 살짝 돌아가면 편할 텐데, 마치 부모의 존재를 온몸으로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매번 부대낀다.



아기의 세상에서 부모는 분명 절대적인 존재일 테지만, 왜 그렇게까지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걸까? 학문적으로는 보호 본능이나 생존을 위한 본능적 신뢰, 정서적 안정감 등으로 설명될 수 있겠지만, 왠지 그것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온갖 결점 투성이 초보 아빠인 내가 이렇게까지 아들에게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나는 늘 아이에게 '아빠'라는 단어를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오히려 아이가 내게 "당신은 내 아빠예요"라고 끊임없이 가르쳐주고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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