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아.
나는 이별에 도가 튼 사람이었다.
그간의 내 연애 패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연애를 시작한지 5달이 되기도 전에 헤어짐은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었다.
내가 질리거나, 상대가 질리거나, 어떤 때는 상대가 옛 연인에게 돌아가기 위해 헤어지자 했었고
또 어떤 때는 내가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이별을 고하기도 했다.
그래서 30대 후반이 된 어느 무렵, 나는 연애와 결혼과는 연이 없구나 라고 뼈저리게 느끼며
항복 선언을 하기도 했었다.
이별에 도가 텄다고 표현은 했지만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은 그 누구보다 열렬히 느끼는 나였다.
그 누가 됐던, 헤어짐은 늘 견디기 힘들만큼 슬프고 아팠다.
그 누구와 헤어지더라도 일주일은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고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이번에도 헤어짐의 원인은 내 자신이라면서 낙제수준의 내 사랑방식과 연애 패턴을 저주하고 반성문을 수도 없이 작성했었다.
오빨 만나고 얼마 안되었을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돌싱에 아이까지 있는데
만나도 괜찮을지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를 몇몇의 친구들에게 했다.
친구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너 나이도 있는데, 이제 결혼할 사람 만나야지.. 애 있는 돌싱을 만나서 어떡할려고 해"
난 이렇게 대답했다.
"나 이러다가 이번에도 또 금방 헤어질텐데 뭐, 걱정하지마..
바로 그 점 때문에 나 헤어지더라도 오히려 덜 힘들수 있을거야..나 괜찮아."
친구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별을 예정한 채 연애의 시작을 고민하고 있다는 답정너의 모순 앞에서 무슨말이 더 필요했겠는가.
그러나.
기주오빠와의 연애는, 나에게는 모두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일정의 연속이었다.
오빠의 아이를 전처가 데려가서 돌보는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우리는 함께 있었다.
월요일 아침까지 몽롱한 상태로 끌어안고 있다가 그 길로 출근하는 날의 반복이었다.
화장도 엉망, 제대로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로 출근을 하는데도 나는 그저 좋았다.
그렇게 미친여자 산발하듯 출근을 하는데도
누가 보면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여자겠구나 라고 알수 있을터였다.
삐져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오빠와 카톡을 했다.
"오빠 출근 잘했져? 나 지금 너무 졸려. 근데 빨리 다시 보고싶어요. 언제 금요일 되는거야."
"오빠도 서희 빨리 보고 싶어요. 하루종일 생각하면서 혼자 웃고 있어요. 왜 아직 월요일이야."
오빠는 나를 집에 보내주지 않으려 했다.
오빠는 20대때 이런 식의 연애를 했던 것 같지만, 나에게 이런 연애는 처음이었다.
나는 구남친들과 5-6시간만 같이 있어도 할말이 동났다.
금방 지루해져서, 집으로 가고 싶다는 눈치를 은근히 주는 편이었다.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는
함께 있던 5-6시간동안 보인적 없던 환한 웃음을 지으며
"피곤한데 안 데려다줘도 돼. 혼자서 잘 갈 수 있어. 잘 가~ 들어가서 연락해!" 외치는 나였기에,
그리고 혼자 가는길에 신이나서 혼술할 맥주와 안주를 사가며 콧노래를 흥얼대던 나였기에,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며칠을 함께 보내는 연애를 해본다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었다.
할말은 끊임없이 샘솟았다.
오빠는 나라는 사람이 지나온 역사를 모두 알고 싶어 했다.
내 한마디 말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대답을 하면서 나조차 나라는 사람을 다시 알아갔고,
동시에 오빠가 정말정말 좋은 사람이라는걸, 나와 놀랍도록 잘 맞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갔다.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잠시 잠들었다가 다시 새벽에 일어나 맥주를 마시며 다시 각자의 역사를 서로에게 읊어주었다.
우리는 이만큼이나 행복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내가 걷고 있는 것이 길 위인지, 구름 위인지 알수가 없었다.
둥둥 떠있는 것 같았고, 잠을 잤는지 안잤는지 기억도 안났지만, 걷는 걸음걸음 힘이 넘쳤다.
'이렇게 살다가 잠이 모자라서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오빠랑 정신없이 연애하다 보면 내 피부는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말거야'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너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예뻐졌어?"하며 놀랐다.
잠을 자지 못했는데도 피부에서는 반질반질 윤이 났다.
행복하다 라는 말을 대신할 말이 필요했다. 흔해빠진 말 말고 내 터질 것 같은 마음을 담은 다른 단어가 필요했다.
40살의 내가 그랬다.
이 시기에 나는 종일 "Life with U"라는 노래를 들었다.
매일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오빠에게 내 마음이라며 들려주고 싶었는데
프로포즈하는 듯한 가사가 나오는게 너무 부끄러워서 나혼자서만 몰래 들었다.
오빠를 만나러 가는 길,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이 노래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울어버린 일도 있었다.
너무 행복하고 기뻐서.
오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생동안 한번도 이런 사랑을 해보지 못했을거다.
이런 선물을 나는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했을거다.
Life with U (by Lullaboy)
I think life has just begun 삶이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아.
Now I know that you're the one 네가 운명이란걸 이제 알아.
How many times do I have to say 몇번을 말해야 해.
I'm falling in love more everyday? 난 매일매일 더 사랑에 빠지고 있다고.
Met her and personally this has Never happened to me In my life 그녀를 만났고 이런 일은 내 인생에 일어난 적이 없었어.
But I think she could be my wife 하지만 난 그녀가 내 아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We were strangers but had so much in common 우린 처음 만났는데도 공통점이 너무 많았어.
Head first, it's funny how the walls come down 성급하게 벽이 무너지는 방식이 웃겼지만
And somehow everything works out 모든일이 잘 풀렸어.
You're still the one, yeah, you're just my type 당신은 여전히 내가 원하는 사람이고, 딱 내 타입이야.
And I don't wanna waste your time 그리고 당신의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Take my worries, take my fears 내 걱정과 두려움을 걷어가 줘.
Life is better when you're here 당신이 있는 삶이 더 좋아.
Gimme your hand, I'll hold it tight 손을 내밀면 내가 꽉 잡아 줄게.
Will you be the one? I'll spend my life with You 나의 사람이 되어 줄래? 평생을 당신과 함께 할거야.
Year 3, brought me to your family 3년 되던 해, 당신 가족을 만났고
Now we never have to be alone And one day we could have our own home
우린 이제 절대 혼자일 필요가 없어. 언젠가 우린 우리만의 집을 가질 수 있을거야.
And if you're feeling of afraid of having to choose 그리고 네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 만약 두렵다면
'Cause when there's so much to gain, there's so much to lose
얻는 것이 너무 많으면 잃는 것도 많으니까.
And if we got one chance, I'm ready to fall 우리에게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난 당신에게 빠질 준비가 되어 있어.
'Cause you're my best friend and more 왜냐하면 당신은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그 이상이니까.
이렇게 나는
"그때 헤어지면 돼"라고 생각했던 처음의 그 마음을 빠르게 잊어갔다.
오빠가 가진 단 하나의 단점-아이가 있는 돌싱남-은,
먼훗날 헤어짐이 오더라도 그 아픔을 가볍게 하고 그를 쉽게 놓아줄 수 있는 이유가 되 줄거라고 애써 나를 속이며 출발했었는데,
출발하자마자 나는, 20대에도 해보지 못한 열정적인 사랑에 온몸을 내던져 버렸다.
한번도 그래보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오빠와 함께 했다.
그렇게 숨가쁘게 오빠를 만나며 9월,10월,11월,12월, 그리고 1월을 보냈다.
2월부터 오빠 아이의 추가되는 일정때문에 전만큼 붙어 있지 못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지금, 3월,
여전히 난 오빠와 하루에 두시간의 통화를 하며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고 있고
토요일과 일요일 대부분은 온전히 우리들의 시간으로 채워가고 있다.
오빠를 사랑하는 이 마음이라면 어떤 장애물이라도,
어떤 힘든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다 달게 받아들이고 참고 지낼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나를 사랑해주는 오빠의 지치지 않는 마음을 받다보면,
오빠가 돌싱이라는 것과 아이가 있다는 것은
내가 지더라도 너무나 가벼운 무게에 불과할거라는 예감이 든다.
이 사람이 없이 내가 정상으로 살 수 있을까.
내성적인 내 성격에 평생 누군가와 했던 얘기보다 더 많은 얘기를 하게끔 만드는 사람,
이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은 행복을 만들어주는 사람,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돌아볼만큼 큰 웃음소리를 내게 하는 이 사람을,
내가 무슨 수로 벗어날수가 있을까.
연애를 하는 내내 불안해하지 않게 해주고 걱정시키지도 않고
항상 그자리에서 같은 시간 하루종일 기다렸던 연락을 해주고
무슨 일이 생기거나 상황이 생기더라도
내가 뒤늦게 알지 않게 하도록 노력하며 믿음을 주는 사람,
어떤일이 벌어져도 거짓말 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 사람,
언제나 나를 아이처럼 귀엽게 예쁘게 바라봐주는 이 사람을,
다른 어떤 이유를 들며 떠날수가 있을까.
아이 생각은 뒤로 제쳐 둔 채
단지 연애만 하고 싶었던 처음의 내 마음은
점점 더 오래 많이 길게, 어쩌면 평생동안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
이 길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지금의 내 마음에,
먼 미래에 이 길을 계속 걷고 있게 된다면
그 때의 나는 이 마음에 대해 뭐라고 얘기해줄까.
1) 정신차려! 왜 네 팔자를 네가 꼬려 하니.
2) 잘했어, 정말 너무너무 잘했어. 네가 최고로 행복할 길을 네가 택한거야.
부디 2번이 되길 기도하면서 걷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