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김포에 독립해서 살고 있는 작은아들을 보러 갔었다.
나는 아내가 하루 종일 준비한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따라나섰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아마 작은아들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처지에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입이 짧아 아무거나 잘 먹지 못하는 까탈스러운 성향에 대한 안쓰러움, 그리고 만만치 않은 거리라 자주 가기 어려운 것에 대한 아쉬움 등이 어우러져 큰맘 먹고 준비한듯했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한 시간 반을 족히 넘게 달려서 도착한 김포한강신도시는 나의 거리 짐작보다는 정말 멀었다.
그래도 힘들게 찾아간 만큼 보람은 있었다.
평소에는 크렘린 같은 작은아들이 스스로 진로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게다가 두 달 전에 여자 친구가 생겼으며 같은 길을 먼저 가고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걸 이실직고할 수 있는 분위기까지 만들었으니까.
여기까지 나의 기분은 한껏 고조되고 있었다.
모처럼 만들어진 정겨운 분위기를 이어가고 소화도 시킬 겸 인근에 있는 호수공원을 찾았는데, 나는 여기서부터 사진 때문에 기분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아들 녀석이 하트모양 조명에서 아내와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해서, 내심 자신감을 가지고 포즈를 취했다.
잠을 보충하는 시간도 줄여가면서 이발을 하고, 새로 산 코트도 걸치면서까지 다듬고 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진에 나와 있는 내 모습은 기대를 무참히 깨버리기에 충분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벗어진 이마, 축 처진 눈두덩이 자그마한 눈, 길게 늘어진 팔자주름, 테 안 나는 코트 등 영락없이 늙은 아저씨였다.
그간 사진 찍을 일도 많이 없었기도 하고 찍은 것도 멀리서 찍혀 잘 몰랐는데, 가까이 다가와 있는 내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는 내 기분도 모른 채 숙제를 마치고 왔다는 뿌듯함으로 말이 많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거울보다 사진이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듯했다.
평상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찾을 수 없었던 늙은 아저씨 모습이 사진에는 적나라하게 나타났으니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라는 소신에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마 전까지 내 나이대의 정체성을 잘 몰랐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60대가 되어도 현역인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자, 기존의 ‘고령자’라는 단어가 통념상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대체하여 생겨난 것이 ‘장년’과 ‘신 중년’이 있는데, ‘장년’은 55~64세, ‘신 중년’은 50~69세의 범위의 사람들을 지칭한다.
하지만, 정부나 사회학 쪽에서는 보통 65세가 넘으면 노인으로 취급하고 지하철 무료승차권도 발급해주고 있어, 자신의 나이 대를 무엇으로 특정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이런 현상은 퇴직 시기가 빨라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남에 따라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나름대로 정리한 개념은, 퇴직 이후의 인생을 어떻게 영위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노년으로 진입하는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칠순도 현역이 가능한 추세임을 고려하면, 나의 나이 대는 ‘신 중년’이라는 것이 가장 근접한 정체성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신 중년은 ‘자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젊게 생활하는 중년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나는 이제까지 신 중년이 되기 위해서는 현역 생활을 길게 가져가기 위한 것만 우선순위로 생각했는데, ‘자기 자신을 가꾸고’라는 말이 첫머리에 언급되는 것을 보니 외모에 대한 우선순위를 달리해야 할 것 같다.
연구에 의하면 신 중년의 외모 만족도는 ‘개인의 행복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 중년이 외모를 가꾼다는 것에는 무엇이 포함될까?
나는 크게 보면 Body, Skin, Hair, Fashion coordination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사진 속에 나타난 것을 기준으로 본다면, Body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지속적인 운동으로 거미체형을 만들지 않은 것은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시니어 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 최소한 사진 속 늙은 아저씨로 인식되지는 않게 해 봐야겠다.
피부 특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아무거나 찍어 바르는 습성, 피부에 양보는커녕 혹사를 반복하는 무관심, 편한 쪽으로만 경도된 패션 코디..... 언뜻 생각해 봐도 손봐야 할 곳이 계속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