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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스토리텔링 Oct 02. 2022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건 시간 낭비다

무엇을 왜 말하고 싶은가

그저 읽고 쓰는 걸 좋아했다. 어떻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을 주는 글을 읽으면 주제가 무엇이던, 소설이던 에세이던 좋은 글, 좋은 작가 운운하며 요란을 떨었고 일상에 지쳐 조금이라도 쳐진다는 느낌이 들면 그냥 마음이 내키는 데로 끄적였던 것 같다. 그렇게 읽고 끄적이다 보니 혹시 ‘나 글 쓰는데 재능이 있을지도…’ 하는 자뻑에 빠져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그전에는 할 줄 아는 게 IT 뿐이었고 사이버 보안 쪽에 신경을 쓰다 보니 팀원들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해대며 개인정보를 보호하라고 잔소리를 해댔다. 개인정보가 이래서 본의 아니게 노출되는 게 문제가 있다느니 어쩌니 하며 온갖 핑계를 갖다 붙이며 SNS를 폄하했고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테스트한답시고 여기저기 계정은 많이 만들었지만 컨텐트를 올리며 실제로 블로그를 하게 된 건 브런치가 처음이라는 얘기다. 오랫동안 자전거 타기와 달리기를 했고 또 그것을 무척 좋아해 그들을 통해 느꼈던 자연과의 교감을 나누고 싶고, IT를 포함한 4차 기술 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보고 싶어요 하면서 애절하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고 호소를 했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됐다. 


처음 해보는 SNS에서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 주는 게 신기하고도 고마워 좋아요를 눌러주고 구독해주는 작가들의 브런치를 방문해 꼼꼼히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어떤날은 일하다 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브런치에 들어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마음에 드는 글에는 좋아요를 눌러주고 혹 누가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았나 확인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


어느 날 문득 내가 올린 글들을 독자의 관점에서 하나씩 꼼꼼히 읽어보게 되었다. 

순간,  

‘아, 퍽 fuck! 나 뭐 하고 있는 거야 지금’ 하는 탄성과 함께 붉게 타오르며 화끈거리는 얼굴. 


오랜 해외생활로 외롭고 고독하다느니 서울이 그립다느니(사실 이건 너무도 절절한 마음이었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드러낸다 하더라도 좀 더 절제된 감정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브런치에 올라온 모든 글들이 다 좋다느니 하는 알랑 방구용 글들을 올리고 있었다.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의 글들이 삼천포로 빠졌고 감정의 표현이 어설프고 정제되지 않아 유치했다는 얘기다.  


그저 신세 한탄이나 하는 활자 공해에 불과한 글을 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브런치에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또 말하고 싶은 것이 정말 자전거와 달리기를 하면서 만났던 자연과의 내밀한 교우에서 얻어진 삶의 깨달음이었다면, 또 4차 기술혁명과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그 이야기를 왜 익명성을 가진 타인에게 그토록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게 6개월 만에 브런치에 대한 현타가 왔고 징징댄다 싶은 글들을 내렸다. 아직도 뭘 말하고 싶은지 근본적으로 왜 말하고 싶은지 고민 중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하나, 글이란 타인의 시선과 잣대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그냥 나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버팀목이라는 것, 알고 보니 인생사 대부분 갈등의 이면에는 타인의 판단과 기준에 흔들려 내가 나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좋은 글이란 문장의 미려함보다는 타인의 판단과 시선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어리버리한 나조차 가치 있게 만들어주고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진실성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시간 낭비가 아니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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