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배나무꽃, 목련 그리고 벚꽃과 달리며
담장밑에도 공원에도 수선화가 만발했다. 뒤뜰에도 공원의 배나무에도 눈송이 같은 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는 백목련의 우아한 자태에 눈이 시리고 연보랏빛 자목련의 꽃망울엔 가슴 시리다. 휘리릭 스쳐가는 봄바람에 흰 듯 붉은듯한 꽃잎을 아낌없이 털어내는 벚꽃나무가 무심하다. 수선화는 그냥 수선화 배꽃은 그냥 배꽃 목련은 그냥 목련으로 그렇게 피어있다. 인간처럼 제 자신을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그지없이 고요하다. 그 깊은 고요함엔 사람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외감과 성스러운 생명력이 들어있다. 나도 그들처럼 그저 나로 되돌아가 3월을 달렸다. 세상에 존재하는 한 생명으로 만물의 역동적 흐름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달리는 이 순간 흔들리지 않는 내적 안녕과 평화가 소중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게 내 뜻은 아니었지만 생명을 부여받아 이 삶을 수용하고 순응하면서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음에 오늘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달리기를 하며 잔차를 타며, 2024년 3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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