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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스토리텔링 May 08. 2022

온라인 쇼핑속의 내 데이타

사이보그 브이(V)와 조니 실버 핸드의 눈물, 사이버 펑크 2077

필요한 물건이 있어 온라인으로 주문할까 하고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오늘도 여전히 나를 위한 추천 물품 목록이 쭉 올라와 있다. 과거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내가 선택한 브랜드나 제품들이 저장되었다가 신제품이 나왔을 경우 내 성향과 취향에 맞는 상품을 소개하고 추천해 주는 일종의 인공 지능 서비스다. 즉 내 개인 데이터가 소멸되지 않는 영원성을 지니고 사이버 공간 안에 살아 가공되고 편집되면서 끊임없이 재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가성비 좋은 제품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던지 현재 상품의 동향을 쉽게 알 수 있으니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온라인에 입력한 나의 집주소와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전혀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 조차에서도 그들의 제품을 소개하는 우편 간행물을 정기적으로 보내준다. 동의하지도 않은 친절한 금자 씨인 개인비서가 자동으로 생겼으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인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가상현실 공간인 메타버스가 10년은 앞당겨졌다는 기사도 있고 이젠 우리 삶의 곳곳엔 알게 모르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불분명한 영역이 존재하며 많은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스며들어있다. 브런치에서도 인공지능, 생활 로봇 혹은 메타버스 같은 검색어를 넣어 조회해보면 자세한 기술적 설명과 함께 수천 개의 결과가 나온다. 그만큼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미래 기술들은 싫든 좋든 이젠 우리의 현실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고 우리 생활 전반을 지배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실제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IT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기술적 역량이 심오하게 돌이킬 수 없는 변환을 맞이하는 특이점의 시기를 2045년으로 예언하기도 했다. 앞으로 대략 20년 후이니 멀지 않은 미래인 셈이다. 그에 따르면 '특이점 (Singularity) 이란 천체 물리학에서는 블랙홀 내 무한대 밀도와 중력의 한 점을 뜻하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는데 현실세계에서는 사회경제적인 의미로 차용하여 너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단속적 변화가 이뤄지는 시점을 가리킨다’. 즉 그것은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커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시기를 뜻한다고 한다. 이 시기는 흔히 게임이나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에서 묘사한 디스토피아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유토피아도 아니다. 단지 이 시기를 통해 인간의 과거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갖 개념들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죽음도 예외가 아니어서 인간 스스로 수명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즉 인간의 삶에 대한 인생관이 본질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얼마 전 자살 엔딩으로 사이버 펑크 2077 게임을 끝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이버 펑크 2077은 시디 프로젝(CD Projekt ) 사에 의해 개발된 롤 플레잉 게임인데 스토리 자체는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의 영향을 받았다. 극한으로 치달은 자본주의에 의해 정부 공권력의 위상이 무너지고 대규모 자본을 지닌 초거대 자본주의 기업(Megacorp)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그 결과 기업 전쟁이 일어나고 세계는 황폐화된다. 그러나 노마드와 중소기업들의 도움으로 시민들이 밤의 도시 (Night City)를 재건하고 사이보그인 주인공 브이(V)가 용병으로 네트워크와 대기업 해커를 대적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 게임이다.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브이는 총을 맞고 죽게 되지만 피해를 입은 부위를 복구하고 되살아나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로 조니 실버 핸드인 다른 사이보그의 기억을 이식받게 된다. 그 후 브이는 조니 실버 핸드의 시선으로 기억을 회상하며 세상을 보게 되고 그 환영과 소통을 하며 게임이 진행된다. 이런 과정에서 브이는 조니에게 인간적 친밀감을 느끼고 그를 이해하게 되는데 그렇게 그와의 우정을 형성하면서 영혼의 갈등을 일으킨다. 결국 브이는 2주간의 시한부 인생을 끝내고 가야 할 길을 정해야 한다. 조니에게 자신의 몸을 넘겨주고 검은 벽 너머의 사이버 공간으로 데이터가 되어 떠돌던가 조니를 그 사이버 공간으로 다시 보내고 원래의 브이인 나로 되돌아오는 선택을 하던가 아니면 가장 비참한 자살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 속의 사이보그 브이가 아닌 생물학적인 한 인간으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생각에 나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것 같은 자살 엔딩을 선택했다. 자살인만큼 그 결말은 비참하고 허무했으며 또 가슴을 후벼 파는 슬픔으로 멍멍해지기도 했다. 다른 두 결말을 위해 다시 게임을 해볼 작정이지만 어떤 엔딩을 선택하던 그 헛헛하고 쓰린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온라인 쇼핑 이야기를 하다가 게임속 이야기를 굳이 이렇게까지 꺼내는 이유는 현실이던 게임 속이던 이 모든 미래 기술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우리의 미래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IT의 발달로 이젠 온라인 쇼핑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듯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게임 속의 이야기들이 실제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비약 일진 모르나 누구든 지금은 충치를 메꾼 비 생물학적 물질 하나씩은 몸속에 갖고 있을 테니 겉으로 들어 나지 않았을 뿐 어쩌면 우리는 이미 온전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닌 게임 속의 사이보그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고로  잃어버린 다리를 금속 다리인 사이버 웨어로 대체해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이젠 낯설지 않다. 그저 게임 속의 이야기가 그저 게임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영혼이나 기억까지 이식받고 기계에 더 가까운 사이보그가 되어 인공지능 혹은 그 중간 어디쯤 서 있는 존재가 되어 살아야 할 운명에 처한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기술의 발달 자체가 과거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고 또 미래에도 그럴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발달하는 기술을 기반으로한 거대 기업들이 비도덕적 이기주의로 자신의 이윤만 추구하게 되고 그런 현상이 보편화되면 게임에서처럼 우리 모두는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황폐한 세상에서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 혹은 그 외 개인적 정보를 토대로 급속하게 발달하는 기술의 속도에 맞춰 인간으로서의 윤리 의식을 재정립하고 시급히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윤리적 기준과 정책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곧 현실로 다가올 이러한 기술들은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인간성을 유린하고 파괴하는 도구로 사용해 자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인공 지능이던 기계에 가까운 사이보그이건 혹은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한  메타버스 공간이던 이 모든 것의 기술적 기반은 불완전하지만 인간, 즉 보편적 도덕성과 윤리를 지닌 우리들에 대한 데이터의 모임이고 그렇게 모아진 데이터를 편집하고 가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관리하는 주체도 아직은 그런대로 온전함을 유지하고 있는 생물학적인 존재인 우리 인간인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스스로 제공한 나에 관한 데이터가 거대 자본주의 기업에 의해 수집되고 편집되어서 사이버 공간을 떠돌며 오늘도 나에게 무엇을 먹어야 할지, 무엇을 입어야 할지를 말해주는 웃픈 하루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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