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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Sep 12. 2022

치킨집 사장님 그 형

 내 나이 16살 중학교 3학년이었다. 집이 가난해서 항상 용돈이 부족했다. 더 어렸을 때는 나쁜 친구들을 만나 나쁜 짓을 많이 해서 갖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을 해결했다. 경찰서도 끌려간 적이 있고 친구 부모님에게도 맞아보았다. 물론 우리 부모님에게도 많이 맞았다. 더 이상 나쁜 짓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용돈을 벌어보고자 했다.


 16살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많지 않았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전단지 돌리기. 집으로 가는 길에 매일 지나쳤던 작은 치킨집이 생각났다. 당최 용기가 나지 않아 치킨집 주변을 몇 번씩 어슬렁 거렸고 가게 문 앞에 섰다가 돌아가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쉽게 들어갈 수가 없었다.


 며칠을 그렇게 서성거렸던가.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테이블 2개에 쌓여있는 식재료들과 널브러져 있는 전단지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주방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장님에게 말했다. "혹시 전단지 아르바이트 구하시나요?" 사장님은 뒤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우리 이제 안 해" 나는 창피함에 얼른 가게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가게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 터덜터덜 걸어갔다. 50미터쯤 걸어갈 때쯤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치킨집 사장님이었다. 뛰어온듯한 숨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전단지 아르바이트할 수 있겠니?" 나는 그 사장님의 모습을 본 순간 왠지 모를 평온함을 느꼈다. 잠시였지만 가게를 비우고 나를 찾아 여기까지 뛰어와 준 것인가? 괜한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했고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에만 전단지를 돌리기로 했다.


 그렇게 첫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르바이트비는 보통 100장에 얼마 1000장에 얼마 이런 식으로 계산을 했던 것 같은데 사장님은 그냥 전단지 뭉태기 몇 개씩 가방에 넣어주면서 어디 어디 아파트만 돌리고 와라 이런 식이였다. 일당도 하루에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확히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경비아저씨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아파트 맨 위층에서 1층까지 현관문에 전단지를 붙였다. 다른 친구들은 한두 동의 아파트만 돌고 전단지를 모두 몰래 버리고 온다고 하던데. 나는 전단지가 모두 없어질 때까지 다 돌리고 나서 가게로 돌아갔다. 사장님은 그 많은걸 다 돌리고 왔냐고 놀라기도 했는데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간 일을 하다 보니 사장님과 많이 친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사장님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로 예상된다. 지금의 내 나이 정도랄까. 사장님이라기보다는 동네 형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가끔 치킨도 튀겨주고 간식도 많이 사다 주었다. 나에게 주는 아르바이트비보다 더 많은 돈을 쓴 것 같아 보였다.


 하루는 전단지를 돌리고 가게로 돌아와 땀을 식히고 있을 때 티비에서 2004 아테네 올림픽 복싱 종목을 중계하고 있었다. 그동안 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가 복싱을 한다는 것도 알 고 있었다. 사장님은 티비를 보고 웃으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나중에 올림픽 나가서 유명해지면 형 이름 한 번 불러주는 거 잊지 마라" 나는 당연히 불러 드려야죠!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물론 그러진 못했지만 말이다.


 평범한 시간들이 흐르고 나는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훈련을 위해 체육관 합숙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치킨집 전단지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게 되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더욱 운동에 전념하게 되었고 그 치킨집은 내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그 치킨집은 없어졌고 사장님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중학생을 쫓아와 손을 내밀어준 치킨집 사장님. 차가운 나의 어린 시절에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장님 아니 형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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