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했다. 유튜브만으로도 뭐든 배울 수 있는 세상에 살아서 참 좋다. 코로나가 세상을 덮치기 시작할 무렵,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서 석 달을 배우고 그 뒤로는 운동과 담쌓고 살았다. 일 년이 훨씬 지나서야 집에서 하면 되잖아!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자주 목 뒤가 뻐근해서 이러다 뼈든 근육이든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다 싶은 지경에 이르렀을 때였다. 유튜브를 켜고 가장 쉬워 보이는 영상을 골랐다. 하루에 겨우 30분 남짓이고, 시작한 지 6일 차라 뭐라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지만, 하고 나면 뻐근함도 나아지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한층 좋아진다.
알음알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요기(Yogi, 요가 수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시체 자세라고. 정식 명칭은 '사바사나'다. 왕초보 요기인 나도 좋아한다. 다양한 동작을 하다 보면 거의 마지막쯤에는 이 자세로 수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가만히 누워도 온 몸이 편안하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대체 왜 그럴까 고민했는데, 시체 자세를 가르쳐주는 선생님 목소리에 힌트를 얻었다. 가만히 눕는다. 온몸을 조금씩 들썩이면서 편안한 자세를 찾고 힘을 빼는 것. 그리고 깊은 날숨. 몇 분 동안이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온 몸이 이완되고, 편안함을 느꼈다. 편안한 자세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좀 충격을 받기도 했는데, 어쨌든 나는 잘 누워 쉬는 방법을 드디어 깨우치게 된 것 같다.
엄마 생각이 났다. 내가 한창 피트니스센터를 다닐 즈음, 엄마도 친구들과 문화센터에서 라인댄스를 배우기 시작해 재밌다고 했었는데, 코로나가 뭔지 한 달도 채 못 다니고 그만두어야 했다. 한창 재밌다고 말하던 말이 내심 마음에 걸렸었는데, 엄마도 나처럼 집에서 운동할 수 있다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유튜브니 검색이니 이것저것 알려줘도 복잡하다고 손을 젓겠지만, 한번 세팅해두면 엄마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엄마는 전자기기와 그리 친밀한 편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사용하지만, '스마트'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엄마는 카카오톡과 전화만 사용한다. 내가 한창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할 때, 컴퓨터교실을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했다. 엄마는 컴퓨터 끄고 켜는 법도 잘 몰랐는데, 나는 그런 엄마를 답답해했던 것 같다. 엄마는 할머니도 아니면서. 한참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된다. 컴퓨터 사용할 줄 알면 좋은 세상이지만, 뭐 그런 게 대수인가. 엄마들 또래의 세상에서는 컴퓨터 따위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 그러고 보면 '코딩 대유행 시대'지만 나도 코딩은 쥐뿔도 모르잖아.
그래도 엄마가 재밌는 세상을 조금 더 알았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부려본다. 복잡한 컴퓨터 잘 몰라도 이젠 텔레비전 앞에서 보고 싶은 건 뭐든 볼 수 있고, 뭐든 들을 수 있고, 뭐든 배울 수 있다고 알려줘야지. 엄마도 나처럼 집에서 쉽게 편하게 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가도 배우고, 라인댄스도 따라 추면서 말이다. 엄마에게 선물할 예쁜 요가매트를 골라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