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민하느니 그냥 하는 게 낫다
*아침일-찍 일어나 조깅-
저녁 여섯 시 후론 금-식-
느지막한 저녁이 되면 장나라의 노래가 자주 생각난다.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아침에 조깅하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내 몸이 스스로 조깅을 하거나 걷는 일이, 그렇게 아침에 시작하는 일이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있는 걸까? 2년 전,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아침을 걷던 시간이 떠올랐다. 맞다. 내가 아예 못하는 일은 아니었는데. 언젠가 새벽 공기는 건강에 안 좋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일찍 일어나 보면 달라질 것들을 상상하면 탁한 새벽 공기쯤은 아무것도 아닌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상상만 하는 중이다.
자주 다짐하면서 일상에서 한 번도 해내지 못한 새벽 조깅과는 다르게 내가 매일 해 내는 것이 있다. 매일 밤 9시 30분이 되면, 자세를 고쳐 책상 앞에 앉는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으로 밀어버리면 된다는 말도 있지만, 내가 요즘 깨달은 것은 하기 싫은 일을 하려면 더 하기 싫은 일을 계획하면 된다는 거다. (나는 그렇게라도 해야만, 뭐라도 할 수 있는 인간임을 고백한다) 요즘 내가 매일 해 내는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다. 글쓰기는 하고 싶으면서도 하기 싫은 일이라고 할까? 출근과도 비슷해서 막상 하려고 하면 몸이 늘어지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생각만큼 별게 아닌 일이 되곤 한다.
청소기를 돌린다던가, 빨래 널기 혹은 빨래 개기 같은 귀찮은 일들은 글쓰기 앞에서 꽤 신나는 일이 된다.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그제야 책상 정리를 하고 싶고, 끝내 깨끗해진 책상을 맞이할 때까지 공부를 미루는 모양과 꼭 같다. 정말로 준비가 됐으면 이제 쓰기 시작한다. 어제의 내가 정한 글감을 다시 찾아 한번 읽어본다. 마치 처음 마주하는 글감인 것처럼 자세히 곱씹는다. 그리고 아무 말이나 몇 줄 써 본다. 그렇게 나만의 의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전에는 뭐라도 쓰고 싶어서 끄적거린 메모만 잔뜩 쌓았다. 그 많은 메모들을 꺼내는 일도, 꺼내서 조립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하는 일도 참 어려웠다. 쓴다고 갑자기 인생이 달라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나만의 글쓰기 루틴을 정하면서부터는, 그 루틴이 나를 이끈다. 나는 이제 그저 쓰기만 하면 된다.
<아무튼 계속>에서 김교석은 말한다. "루틴의 제1조 항은 정해진 루틴에 의문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고, 제2조 항은 예외 없음이다. (...) 정했으면 토를 달지 않고 지키려고 애쓰기만 하면 된다." 고.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일이 이토록 간단하고 효과적이라는 걸 알았다면, 나는 진작에 시도하고 또 시도했을 텐데!
가끔은 모르는 척하고 싶지만, 하려고 했으니 그냥 한다. 너무 고민하느니 그냥 하는 게 낫다. 끝끝내 망했다 싶어도 일단 블로그에 올린다. 언제고 고치면 그만이니까! 하는 간단한 생각으로 나를 위로하면서. (실상 고치려고 마음먹는 일도 흔하지는 않지만) 글쓰기를 내 일상의 루틴으로 들인 후, 지나간 시간들이 쌓이는 게 생생하게 보여 나는 그것으로 마음이 놓인다. 마지막으로 김교석의 문장을 하나 더 붙여본다.
"자기만의 루틴을 마련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가꾸겠다는 다짐이다"
*장나라의 노래 <나도 여자랍니다>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