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2)

교토에서 아침을 : 도르프(dorf)

by 에트바스


"오스키나 세키니 도-조-(좋아하는 자리에 앉으세요)"


일본에서는 접객담당직원이 입구에서부터 정해진 자리로 안내해 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아무 데나 앉으라고 해주면, 그 나름대로 좋다.


손님이 거의 없어 정원이 보이는 창가자리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폈다. 오늘의 아침은 750엔짜리 스콘과 커피세트다. 메뉴판에 도톰한 토스트 사진에 눈길이 가지만, 어젯밤부터 골라둔 스콘을 배신할 수 없었다고 할까. 이런 문장을 쓰면서는 늘 멋쩍은 생각이 든다. 언제든 또 갈 수 있는데 이렇게 요란하게 메뉴를 고르다니.


주문을 마치고 노트를 꺼내 앉아있으니 한산한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주말에는 오픈부터 줄을 서야 하는데, 평일은 꽤 여유로운 분위기다. 마침 쏟아지는 햇살에, 산비둘기와 참새가 번갈아 놀러 오는 정원까지.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주택가 안에서 이런 평화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역시 척척박사 출신은 틀리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나뭇잎사이로 비친 햇빛을 코모래비(木漏れ日)라고 부른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등장하는 말로 유명해졌는데, 영화는 코모래비를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족히 50년은 되어 보이는 대리석 테이블 위로 코모레비가 살랑인다. 적당히 부는 바람이, 그게 아니라면 산비둘기나 참새가 저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을 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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