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란 무릇 부지런함과 연결된다. 고백하자면 나는 부지런함보다는 게으른 쪽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왜 그렇게 결론 내렸는지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아니 좀 그냥 느리다, 진중하다고 하는 편이 더 나으려나. 빠릿빠릿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늘 알고 있었는지, 되돌아보면 자주 부지런해지고 싶어서 애를 썼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선도부에 들어갔다. 선도부원의 일이란, 아침 일찍 교문 앞을 지키며 유난히 까탈스러운 교칙에 딱 맞는 복장을 갖추지 못한 선배, 후배, 친구들의 이름을 적는 것뿐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선도부에 지원하고 싶은 학생들을 찾는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부에도 운동에도 뭐 다른 취미는 없고, 기왕 고등학교에 왔으니 이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걸까.
선도부원이 된 나는 부단히 일찍 학교에 도착하려 애썼다. 등교시간은 8시 20분, 선도부 당번인 날에는 7시까지 교문 앞에 서 있어야 했는데, 덕분에 종종 지각하던 중학생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할 수 있었다. 재미는 없었지만 왜인지 춥고 발이 꽁꽁 어는 날에도(지금 생각해 보면 한겨울에도 꼭 검정구두를 신어야 하는, 그리고 그 구두를 신고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밖에 서 있어야 한 것이 좀 너무하다 싶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여기며 그리 싫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다.
당번이 아닌 날에도 일찍 학교에 가곤 했는데, 알람시계 대신 나를 깨워주는 엄마에게 '내일 6시 반에 깨워줘!!'를 외치며 잠들었다. 못다 한 숙제나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교실에 도착하면, 나름대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그게 좋았다. (물론 교실에는 진정으로 부지런한 다른 애들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잘하는 것 하나 없던 나도 나도 아침 일찍 일어나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자라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