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등굣길, 빨갛고 네모나게 각진 가방을 멘 또래보다 조그맣던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다.한참 뒤에서 몰래 숨어 따라오던 엄마의 존재를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하던 아이는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는다. 호기롭게 혼자서도 잘 갈 수 있다며 큰소리를 치면서도 내심 느껴졌던 불안한 감정은 등 뒤의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옅어지고 오히려 더 잘해 보이겠노라며 어깨와 양 손에 힘을 꼭 쥐게 했다.
'아차, 한 발 늦었다'
졸린 눈꺼풀처럼 무겁게 껌뻑거리던 초록불이 금세 빨간불로 바뀌었다.
'차도 없는데 냅다 들쳐업고 뛰어?'
빠르게 스치는 생각에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내 손을 꼬옥 잡고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꼬맹이 하나.자칫 가벼운 질서와 규칙들이라고 등한시했다가는 하루 종일 귀가 떨어져라 시달리고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낼지도 모른다.
길 가다 가벼운 쓰레기 하나 흘릴 수 없고, 무단횡단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기침이 날 때 입을 가리지 않거나 외출 후 곧바로 손을 씻지 않았다가는 곧장 불호령이 떨어진다. 내가 어떠한 생각과 자세로 삶을 마주하는지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참견하는 사람.
항상 가장 가까이서 나를 지켜보는 눈빛에 지금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국민학교 1학년의 조그맣던 어린아이가 그저 키만 훌쩍 커버린 기분이다. 첫 경험이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 이런 것도 데자뷔라면 데자뷔일까.
자칫, 되도 않는 바람에 흔들릴까,
길을 잃고 낯선 곳에서 헤매지는 않을까,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한 번씩 바로 잡아주는 시선.
어린 시절 멀리 등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누군가와 같이 내 삶에 대한 두려움을 달래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