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지?
에이 정말, 엄마는 나 없으면 못산다니까.
엄마의 '사랑'에 대해 좁쌀만큼의 의심조차 하지 않는 이 아이는..., 내 꼬맹이다.
나는 태생이 덕질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덕질이란 모름지기 어떠한 대상에 푹 빠져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거나 노란 빛으로 보이거나 파란 빛으로 보이는...세상을 보는 눈과 오감 모두가 달라져버리는 중대한 사건이니까.
나는 어떤 대상에 푹 빠져본 일이 없다. 그래, 연예인도 좋아는 해봤다. 소위 말하는 아이돌, 그래 나도 그 그룹에 한 두명 즈음 좋아하는 '오빠'가 있었고, 친구들과 그 '오빠' 얘기를 하며 조잘조잘 떠들기도 했다. 하지만 딱 그정도, 거기까지였다.
웬만해선 뜨거워지거나 화르르 불타오르지 않는다.
사랑 또한 그러했다. 뭉근히 뜨수워지는 사람이긴 하지만 '화르르' 불타는 사랑이란 전혀 다른 세계의 것이었다. 그랬던 나란 사람이 덕질을 시작했다. 덕질이라는 거, 꽤 할만 한 것이었다.
덕질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덕질메이트가 필요하다. 학창시절 그 '오빠'들 얘기를 하며 서로 꺅꺅 거리던 친구들처럼 나의 방실방실한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 치며 눈을 반짝여줄 수 있는 그런 덕질 메이트 말이다.
나에겐 진정한 덕질메이트가 있다.
뗄래야 뗄 수 없는, 무언가로 맺어진 관계...
바로 남편이다.
덕질의 대상은 이제껏 내 글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번에 알아챘을, 우리 베이비인 것이고.
(베이비라고 하기엔 이제 징그럽게 커버린, 하지만 아직 영락없이 베이비같기만 한 그 꼬맹이말이다. )
친구간에도 절대 하지 밀아야 할 것이 자식 자랑이란다.
돈자랑 남편자랑 집자랑 차자랑, 모두 오케이여도 자식자랑만큼 속이 베베꼬이고 기분이 상하는 건 없다나. 남의 자식 자랑은 듣는 순간, 기특함과 예쁜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꼭 마무리는 내 자식과의 비교로 끝이나고 만다. '얘는 어떻더라, 얘는 왜 그러지...; 내가 아니어서 내 멋대로 할 수 없는 '나'와 같은 존재는 어찌 보면 대하기 가장 어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나만큼 사랑하고 아끼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는 없으니 그보다 답답한 일이 있을까.
자식에 대한 걱정은 물론이지만 자랑거리 또한 어마어마하게 쌓아놓고 사는 나로서는 이 오만가지 자랑거리를 숨겨두고 사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자랑스러운 일들을,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혼자만 끙끙 알고있기에는 너무나 입이 간지러운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주책맞은 이 엄마는 이 터져나오는 사랑과 애정을 어딘가에 털어놓지 않고는 못베긴다.
이런 점에서 남편이란 존재는 더없이 소중하다.
나와 같은 대상을 두고 똑같이 사랑하고 똑같이 눈이 반짝인다. 잘하는 것에 조금도 속이 베베 꼬이지 않고 예쁜 순간을 되뇌이고 또 되뇌이면서도 질리지 않는다. 가운데 술 한잔을 놓고 밤을 세워가며 이야기를 나눠도 '웃음꽃'이 핀다. 그저 한 번 웃어주면 그 표정에 그 눈빛에 반해 호들갑을 떨어대도 전혀 부끄럽거나 마음에 거리낄 일이 없다. 이러니 내가 이 덕질을 더더욱 놓을 수 없다. 덕질은 이렇게 덕질메이트의 존재로 더 강화되고 단단해진다.
가족간의 덕질은 가족 간의 관계와 사랑에 필수적이다.
나처럼 미적지근한 사람도 이런 덕질은 가능하다. 너무나 안정적이고 뻔하기에, 그래서 나같은 사람도 앞뒤 잴 것 없이 풍덩 빠져들 수 있는 거다. 살면서 이런 경험 한 번쯤은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오늘밤에도 오랜만에 나의 메이트와 끝도 없는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