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

엄마 일 안 하면 좋겠다

by 글짓는써니

"힝. 엄마 일 안 했으면 좋겠어."


누가 보면 매일 바쁜 엄마인 줄 알겠다.

아닌데.



나는 프리랜서 엄마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그 말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항상 간당간당 휘청휘청 안정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엄마'의 숙명인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

무엇 하나 놓을 수 없는 욕심쟁이라 그 욕심을 온전히 부리느라 한 가지에만 매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둘 다 설렁설렁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에 놓였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라고 했던가. 특별히 진득하게 하는 일이 없는 듯 한 나지만 바쁘긴 누구보다 바쁘다. 육아하는 엄마들이 보기에는 일하느라 바쁘고, 일하는 엄마들이 보기엔 아이를 챙기느라 바빠 보인다.


남편은 그나마 내가 아이를 낳아 이 정도로 '쉬엄쉬엄' 살고 있는 거라 말한다. '이게 쉬엄쉬엄이라니.' 아이 덕분에 잠시 멈추고 주변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여하튼 내가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도 썼다.



매일 정시에 나가는 정근직 엄마도 아니다.

항상 아이를 혼자 둬야 하는 커리어우먼 엄마도 아니다.

그저 요 며칠 조금 일찍 나가야 해서 아이가 등교할 시간에 함께하지 못했을 뿐이다. 정말 요 며칠.. 짧은 시간. 항상 엉덩이를 부비고 사랑한다 말하며 학교에 보내주던 엄마가 며칠 안 보이니 딴에 서운했던 모양이다. 제법 스스로 잘 챙겨가기에 장하다 생각하던 중인데 자기 전 볼멘소리를 한다.


"나는 엄마 일 안 했으면 좋겠어."


이런 말은 또 처음 듣는다.


"나랑 맨날 같이 있으면 좋겠어."

"운동도 가지 마."


일만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이제 운동도 가지 말란다. 그저 자기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있으라는 어명이다. 이제오나 저제오나 동동동동 자기만 기다리고 바라보고 있으라는 신박한 어명이다.


'다른 무엇보다 나를 우선해 주세요. 엄마의 관심은 오롯이 나한테만 주세요.'

뭐 이런 걸 거다. 이미 충분히 나의 모든 일상 중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꼬맹이지만 그것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나의 불찰이다.


운동도 다니지 말고 요 집 앞에서 달리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는 꼬맹이에게 질세라 나도 외쳤다.

"그럼 너도 태권도 다니지 말고 학교 갈 때랑 집에 올 때 그냥 뛰어다녀라!"

그렇다. 나는 항상 그리 철딱서니 있는 방식으로만 아이를 대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우리 둘의 이상한 협상은 결렬되고 각자 제 할 일을 하면서 만났을 때 서로에게 집중하는 걸로 합의를 봤다.


지금의 "엄마 일 하지 마."가 얼마 오래가지 못할 것을 안다. 어떻게 아느냐면 주변 언니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조만간 "엄마 왜 집에 있어? 엄마는 일 안 해? 엄마도 일 좀 해." 뭐 그런 무시무시한 말을 듣게 될 거라는 예고. 다행히도 난 그즈음 지금만큼, 지금 보다 바쁠 예정이라 걱정하진 않는다. 그저 그런 시기가 올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제 한치 앞날도 모르는 이 꼬맹이의 지금의 억지가 우스울 뿐이다.





엄마가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너 때문에. 다 너 잘되라고. 너 맛있는 거 사주려고. 너 학원비 내려고." 그런 류의 식상한 답변은 하지 않는다. 엄마는 지금 하는 일이 좋고, 돈을 버는 건 더 좋고,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는 건 더더더 좋아. 그런 답변에는 아이 역시 더 반박하지 못했다. 엄마가 좋아서 엄마 인생을 그리 산다는데 더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일을 하건 안하건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 선택을 내가 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삶의 주도권을 남에게 쥐어주지 않고 내가 잡고 가는 것. 내가 내 삶을 더 잘 살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그 원동력은 결국 아이다. 작디작은 꼬맹이에게 더 잘 사는 모습을 오롯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건 분명하다. 그게 내가 아이를 가장 사랑하면서도 온몸과 마음의 포커스를 아이에게만 맞추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비결이다. 물론 그건 내가 계속 운동을 하고 일을 하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엄마 일 하지 마."가 아이의 "사랑해."의 다른 표현이듯

지금도 멈추지 않고 내 일을 하는 건 "나도 사랑해."의 다른 표현이다.



































keyword
이전 16화덕질에는 친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