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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 Jan 31. 2020

10회 무조건 내편을 들어준  나의 두 번째 은인

11년 차 유학생의 중국 적응기

10회 -무조건 내편을 들어준 나의 두 번째 은인-

     

“형 여행 갈래?”     


“응 가자”     


“일본 갈까?”     


“좋지~”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     


“네가 알아서 해라 그럼 다 재밌겠지”          


  나와 선이 형은 별다른 준비 없이 일사천리로 여행을 간다. 여행을 일사천리로 간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인데 , 나와 선이 형이랑은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여행을 간다.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내가 하자고 하는 건 다 맞혀주는 형이기 때문에 항상 같이 있으면 편하고 좋다.  


  또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형은 내가 닮고 싶은 성격이기도 했다. 이 형과 알고 지낸지도 어느덧 15년 가까이 됐는데, 내가 고등학교 때 베이징으로 선이 형이 같은 학교로 전학 온 뒤로 친해지게 됐다.     


  사실 나는 선이 형이랑 처음엔 친해질 줄 몰랐다. 형도 차가운 인상을 하고 있었고 나도 인상 자체가 차가웠다. 또 내가 동생 치고  형들한테 이래저래 말을 걸고 재롱을 부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누군가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길 바랬다. 나는 그런 스타일이다.


  하루는 학교 저녁 자습을 맞추고 기숙사로 돌아가려는데 선이형이 같이 전학 온 친구 형이랑 후문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단번에 양꼬치 배달을 받으려고 하는구나 하고 눈치를 챘고 , 다른 학생들과 따로  떨어진 동에 기숙사 방을 배정받은 나는 피곤해서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근데 그때 저 뒤에서 양꼬치 배달을 잡는 킬러인 학교생활 관리 선생님이 오고 있었다.     


  나는 그 선생님을 보자마자 갑자기 동지애가 생긴 건지 아님 나와 비슷한 배고픈 유학생의 처지에 대한 연민을 느낀 건지 후문으로 달려갔다.


  양꼬치를 막 받아 돌아가려는 형에게 나는 나를 따라오라고 급하게 소리쳤다. 그러자 선이 형과 선이 형 친구는 영문도 모른 체 잽싸게 나를 따라 나의 방 쪽으로 달렸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탓일까? 방으로 들어가는 복도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관리 선생님과 마주칠 아찔한 상황이었다. 나는 이 상황에서 걸리면 더 혼나겠다는 생각에 양꼬치를 먼저 몰래 먹어본 선배답게 형들에게 오리걸음으로 걷자고 했다     


“형들 양꼬치 저에게 주고 오리걸음으로 걸으세요 ”     


“너는?”     


“전 몇 번 걸려서 괜찮아요 또 걸려도 ”     


“안된다”     


“빨리 가요 내방으로 제방은 떨어져서 있어서 선생님들 잘 안 와요”     


“그럼 너는 ”

    

“셋이 가는 거보다 혼자 피하는 게 더 빨라요”         

 

  나는 형들을 내방으로 미리 보내며 나의 방 카드를 던져 주웠다. 왜 갑자기 그런 영웅심리가 들끓었는지는 모르겠다. 형들은 오리걸음으로 내방으로 향했고 다행히 관리 선생님과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거의 눕다시피 복도에서 누워 있었고 그 선생님이 가기 기다렸다가 양꼬치를 들고 잽싸게 내방으로 달렸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자 형들이 살짝 방문을 열어주었고 화장실에서 양꼬치를 먹는 게 안전했기 때문에 화장실에 숨어 있는 형들에게 내가 가져온 양꼬치를 형들에게 주웠다.      


“같이 먹자”     


“그래도 돼요?”     


  선이 형은 나에게 양꼬치를 건네 주웠고 나는 냉큼 그것을 받아먹었다. 무서운 관리 선생님의 눈을 피한 우리는 맛있게 양꼬치를 먹었다. 계란 볶음밥에 먹는 양꼬치는 정말로 꿀맛이었다. 그리곤 어느새 웃음꽃이 폈다. 그때는 어려서 별 걱정이 없어 살아서 그런지 양꼬치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커다란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우리의 모습이 웃겼다.     


  위생문제로 절대 숙사에서는 외부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학교의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일이 복잡하게 된 것이다.     


한창 화장실에서 맛있게 양꼬치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띠리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관리 선생님이 스페어 키로 우리 방에 들어왔구나를 짐작했고 나는 본능 적으로 화장실의 샤워기에 물을 켰다.    

 

“형 샴푸 주세요”     


“어 그래”     


  그리곤 바닥에 샴푸를 마구 뿌려 됐다. 샤워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양꼬치 파티를 하던 화장실은 한순간 샤워장으로 체인지됐다. 형들은 변기통 옆으로 숙였고 나는 샤워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옷을 벗어 재끼려는 찰나... 이 독한 선생님은 나의 화장실 문을 열었다     


“뭐하니?”     


“아 샤워하려고요”     


“샤워하기 전에 물을 틀어놔?”     


“네???”     


“이라나와 빨리”     

     

  아 깜빡했다, 방에 불 꺼놓고 먹는다는 것을...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 생각이 들었다. 방에 아무도 없는 척을 해야 검사가 안 오는데... 게다가 복도에는 양꼬치 포장에서 기름이 샜는지 방앞에 기름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조용히 기숙사 밖으로 불려 갔고 선생님은 내가 따져 물었다.     


“너 누구랑 먹었어”     


“혼자요”     


“네가 친구들이랑 먹었겠지 혼자 먹는 스타일 아니잖아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준다”    

 

“아... 혼자 먹었어요”    

 

“바른대로 말해”     


“저 혼자 먹었어요, 혼자서도 잘 먹어요”      

    

선생님은 자꾸 내게 누구랑 물었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혼자 먹었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선생님과 계속되는 신경전 속에 솔직히 같이 먹었다고 하고 싶기도 했지만 뭔가 그날은 그러기 싫었다, “그래 나 혼자 혼나지 뭐”. 그때... 양꼬치를 들고 물이 묻은 체 형들이 나타냈고 선이형이 같이 먹었다고 선생님에게 말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 왜 왔어... 내가 덮어써야지 라고 영웅심리가 올라오려는 사이 선생님이 양꼬치의 의리에 감동하셨는지 빨리 먹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먹은 척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날 이후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고 나와 선이형은 그다음 학기부터 같은 방을 썼다. 그리고 선이형은 양꼬치 몰래 먹기 특공대에도 당당히 가입됐다. 형이 졸업하고 난 후 나는 고3이었는데, 같은 북경에 있어서 내가 걱정이 있을 때나 답답할 때 형에게 연락을 해서 넋두리를 했다.      


  대학생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가 달라서 예전처럼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거주지가 같은 동네였기 때문에 서로 심심하면 같이 밥을 먹고 놀곤 했다. 그리고 형은 어떠한 일이 생기던 내편을 들어줬다.  객관적으로 내가 잘못한 상황에서도 무조건 내가 맞다고 해줬고 나도 어떤 상황 이어도 형의 말을 잘 들었다.

 

  항상 중국에 있으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항상 한국에 오고 싶었다. 그래서 가끔 중국에서 슬럼프에 빠지고 내재되어 있는 향수병 같은 게 있었는데 그때마다 형이 있어서 즐거웠고 좋았다, 항상 든든한 내편이 있다는 게 마음 정으로 안정감이 생겼다.     

일본에서 찍은 나와 선이 형

  유학생활이라는 게 학습적인 부분에서는 초반에 힘들지만 멘탈적인 부분에서는 항상 케어가 필요하다. 다른 데서 탈선하는 게 아니라 혼자 떨어져 있다는 공허함에서 그것을 풀기 위해 극단적인 사고를 치고 힘들어들 한다.


  나는 그때마다 선이형이 솔선수범 먼저 바른쪽으로 행동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도 당연히 그렇게 지내는 게 맞는 줄 알고 그대로 따랐다. 그러고 보니 파란만장했던 그 시간을 무사히 견딜 수 있었다.          


 오늘도 이유는 없다. 형은 내편을 들어줄 것이다. 언제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다. 내가 다시 중국에 들어가 박사과정을 받는 지금도  가장 먼저 잘 지내냐고 먼저 안부를 물어봐주는 것도 선이 형이다. 지금 먼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선이형, 언제 가는 또 같이 같은 동네에서 살아가면서 서로 의리를 지켜주고 살고 싶다.


                                                                                             또 그런 날이 올까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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