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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 Jan 30. 2020

9회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11년 차 유학생의 중국 적응기

9회 -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삼겹살이요 라고 대답했다. 혹은 누군가 나에게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무엇을 먹겠냐고 물으면 삼겹살을 파채에 싸 먹고 죽을 거라고 말했다. 또 혹은 누군가 나에게 다이어트를 100일을 하다가 하루만 치팅데이를 할 수 있어서 무엇을 먹겠느냐고 물으면 삼겹살을 김치에 구워 먹고 평생 굶겠다고 말했었다.


  나는 정말 삼겹살을 좋아한다. 고추장에 참기름을 넣고 설탕과 식초를 적절히 넣어서 만든 파채에 두껍게 자른 삼겹살은 나를 무너지게 만든다.

  

나는 고기반찬을 되게 좋아하는데 식탁에 고기가 없으면 뭔가 반찬이 없는 거 같은 기분이고 아무리 다른 반찬이 없어도 고기만 있다면 진수성찬 같은 기분이다. 삼겹살, 갈비, 불고기, 닭볶음탕, 제육볶음 , 육전, 돈가스,  한우 등심 등등 수많은 고기 음식 중에서도 나는 삼겹살을 최고로 뽑는다. 이유는 없다. 그냥 제일 내입에 맛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삼겹살을 좋아한다.

내가 가장좋아하는 삼겹살

  중국에서 고등학교 시절, 고3이 되면 중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 역시  유학생들이 보는 수능 시험을 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어 능력시험인 HSK를 시험 봐서 일정한 급수에 다 달아야 그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래서 다들 고득점과 고급수를 고3전에 따려고 모든 유학생들이 고군분투를 했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도 몇 명의 외국인들을 위해 HSK전용 강의를 방과 후에 열곤 했었는데 처음에는 신입 어문 선생님 즉 한국으로 치면 새로 임용되신 국어 선생님들이 우리들에게 HSK를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HSK 역시 토익 토플과 같은 언어적 스킬인 시험이라서 아무래도 중국인 현지 사람이 가르쳐 주는 것보다 한국인이 알려주는 게 더욱더 이해도가 빠르다.


  미국 유학생들도 토익이나 토플의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 방학 때 한국 유명 영어학원 다닌다는 말이 있었으니까! 하여튼 몇 명의 학생들의 요청으로 학교에서도 한국인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에게 HSK를 알려주셨다.


  그 선생님은 내가 가고 싶었던 대학의 중문과를 나오신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수업도 좋았지만 본인이 유학선배로써 우리들의 답답한 마음을 잘 알고 계셔서 한국 학생들이 잘 따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저녁 HSK 수업 때만 되면 배고파하는 우리들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선생님이 주말에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하셨다. 나와 형들 그리고 친구들은 고기반찬을 생각했지만 (삼겹살, 갈비, 치킨) 등등 선생님은 우리를 민바오(民宝)라는 훠궈 집으로 데리고 갔다.


  1인 핫팟에 나오는 훠궈, 즉 중국식 샤부샤부를 훠궈라고 말하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샤부샤부와 큰 차이점은 없지만 국물이 샤부샤부 보다 더 찐하고 매운맛과 맑은탕을 동시에 먹을 수 있으며 북경지역 등 일부 지역에서는 참깨소스로 만든 마장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현재 북경에서 2등인 훠궈 맛집

  나는 원래 훠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땅콩 맛이 나는 마장 소스도 싫었고 한국에서도 샤부샤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야채 양에 비해 고기가 항상 적게 나왔었고 맛도 강하지 않아서였다. 그래도 가끔 엄마의 손에 이끌려가면 샤부샤부보다도 그 후에 먹는 후식 볶음밥을 너무나 좋아하곤 했다!


  그래도 선생님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시어 사주시는 훠궈를 먹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때는 그 선생님이 우리를 너무 잘 이해해주시고 너무 편해서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훠궈를 먹었다. 선생님은 마장 제조법과 또 다른 소스인 해선장 소스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셨고 나름 따라먹기 시작했다.


  개인용 핫팟에 고기와 야채를 넣고 찍어먹는 훠궈, 훠궈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일단 해선장 소스에 고기와 버섯류를 소스통 안에 담가놓고 마장 소스로 야채와 완자, 중국 당면을 찍어 먹다가 그것을 다 먹으면 그다음 담가놓은 고기와 버섯류를 먹는다.


  그날은 내가 생각했던 훠궈보다는 맛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훠궈에 대한 나의 평가는 그냥 그랬던 기분이었다.


  그렇게 일주일... 같이 간 친구들과 그날은 야식으로 양꼬치를 시켜먹지 않아서 그런지 먹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다들 훠궈를 먹고 싶다고 했다.


   나도 친구들이 말해서 그런가 훠궈가 갑자기 불현듯 생각났다. 잘 먹지 않던 마장 소스에 찍어먹는 훠궈가 먹고 싶었다. 선생님이 우스개 소리로 이 집은 훠궈 육수에 마약을 집어넣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정말인지 그 후로 훠궈를 외출 시간만 되면 먹으러 갔다.


  나와 친한 6명의 양꼬치 몰래 먹기 특공대원들은 몇 주 연속 훠궈 뿌시기를 하다 보니 우리 입맛에 모든 야채를 다 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고기와 좋아하는 버섯과 중국 당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항상 가면 고기 , 팽이버섯, 중국 당면, 배추 이렇게만 시켰다. 그러다 보니 고기에 항상 집중했고 200그람 정도에 20위안(3600원)이었던 고기를 20판씩 시켜서 먹곤 했다. 다들 처음에는 매운 핫팟을 골랐자만 다들 메뉴에도 적응이 되면서 매운맛 , 덜 매운맛, 맑은탕을 고르며 6개의 핫팟에 불을 지폈고 고기와 팽이버섯을 해선장에도 담그고 마장 소스에도 담그고 , 거의 코를 박아가며 먹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몇 가지 훠궈를 맛있게 먹는 법이 있다.


  첫 번째, 일단 훠궈를 개인 팟으로 주던 큰 냄비에 주던 훠궈를 육수를 끊일 때 셀프바에서 마늘과 파를 한주먹씩 가져와 거기에 넣고 끓인다, 그러면 한국인 입맛에 아주 잘 맞는 한국 형식의 훠궈 육수를 만들 수 있다.


  두 번째, 해선장(간장소스는) 너무 짜지 않아야 한다. 여긴 고기나 버섯을 찍어 먹는 거보다 담갔다가 먹는 게 맛있어서 해선장 소스가 다행히 묽게 나오는 곳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짜게 나오는 곳이라면 훠궈 육수를 넣거나 물을 넣어 농도를 맞추고 그 안에 마늘 한 스푼과 다진 파를 수북이 쌓아 올린다


  세 번째, 마장 소스는 역시 마늘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위에 고추기름과 라오간마(老干妈,중국 특제 양념)를 넣어주고 땅콩 간 것 적정량 넣어준다. 그런 다음 그위에 부추 삭힌 것이 있으면 넣고 아니면 안 넣어도 상관없다. 그리고 맨 나중 참기름을 약간 넣고 다진 파를 수북이 넣어 완성하면 느끼한 땅콩소스의 느낌함이 내려가고 고추기름의 매콤함을 살짝 느낄 수 있다.


  정말 다 먹고 나면 배가 엄청나게 불렀는데 그때부터 나는 훠궈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변한 것 같다. 이제는 삼겹살은 눈앞에 보이면 참아도 훠궈는 참을 수 없는 느낌이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십몇 년 동안 삼겹살 성애자였던 나를 훠궈 최애 성애자로 바뀐 건 나의 입맛이 한국적 입맛에서 중국적 입맛으로 변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또 그 훠궈 집을 좋아하게 된 플러스 같은 음식도 있었는다, 바로 자만토우(炸馒头)이다. 炸(자)라는 건은 튀기다는 뜻이고 馒头(만토우)는 우리가 중국집에서 부추잡채나 고추잡채를 시키면 나오는 꽃빵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북방 쪽 사람들은 이걸 쌀 대신 주식으로도 먹는데 밥 대용으로 먹는다. 하여튼 이건 튀긴 꽃빵인데 이거와 연유를 찍어 먹으면 정말 기가 막힌 맛이 난다.


  최근에 한국에서 많이 이 음식을 파는 곳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먹으면 맛이 있지만 중국 현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연유의 맛 같다. 내가 식품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중국의 연유가 한국의 연유보다 더 농도와 맛이 진하고 더 달짝지근한 느낌이 강해 소스로 찍어먹으면 더욱더 자극적인 맛이 나는 거 같다. 또 밥을 먹고 나면 흰 탕에는 죽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여기에 댤걀을 풀어 먹어도 기가 막힌 맛이 난다.


  그렇게 몇 달을 계속 그 훠궈 집에 갔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 집에 친구들을 데리고 갔으며 나중에는 북경 전역의 훠거 집을 갔다. 뭐 어디든 다 맛있지만 말이다.

동그란 원형 냄비에 먹는 전통 훠궈

  따뜻한 국물에 여러 야채와 고기 , 해산물을 찍어먹는 훠궈... 어떻게 보면 동그랗게 모여 앉아 먹는 모습이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좋아하는 무언가가 바뀌는 기준... 음식이던,  개인적 성향이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던, 항상 어떠한 기준은 준비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변화를 맞이 하는 거 같다.

  

  이별의 아픔에 정신이 없고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가도 생각지도 않은 사이에 다른 인연이 다가와 그 아픔을 덮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음식을 싫어하던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 훠궈로 바꿔줄 누가 예상했겠는가? 어떤 일이든 항상 갑작스럽게 찾아와 내 삶은 한 부분을 바꿔놓는 거 같다.


  내가 주의 사람들에게 훠궈를 먹으며 항상 말하는 이야기가 있다.


  “다들 훠궈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해, 뜨거우면서도 두 가지 매력이 공존하고, 육해공을 다떄려 넣어도 완벽하게 다 커버가 가능한 사람“


당신은 이런 사람을 만나봤나요?

당신이 현재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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