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차 유학생의 중국 적응기
중국은 5월 달에 ‘노동절’이라는 명절이 있다. 이 기간에 10일 정도 쉰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랬다. 수업이 없고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내면 됐다.
하지만 이렇게 긴 시간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나는 항상 한국에 가고 싶었다. 한국에 가면 큰 일이나 중요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어린 마음에 엄마도 보고 싶고 한국음식도 먹고 싶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한테 한국에 가고 싶다고 전화를 했더니 엄마께서는 한국에 와서 쉬다 가라고 했다.
나는 나를 관리해주시던 선생님에게 바로 달려가 한국에 잠시 다녀온다고 했고 선생님은 바로 중국 00 항공을 발권해주셨다. 나는 항상 한국 국적기만 타다가 중국 항공을 탄다고 하니 냄새나고 더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한국에 갈 생각에 기분이 좋게 공항으로 향했다.
아마 1시 비행기였을 것이다. 아침 일찍 학교에서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 후 짐을 부치고 게이트 앞으로 갔는데 비행기가 30분이 연착이 되어 있었다. 원래 중국 비행기는 연착이 잘된다는 말에 30분이면 다행이다 하고 여기저기 공항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1시간이 더 연착이 된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한국에 가는 거니까 참자하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에 맞추어 게이트 앞으로 가니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드디어 가는구나!!! 나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게이트 앞으로 줄을 서는 것을 보고 이제 진짜 가는구나 실감했다. 나도 줄을 섰고 앞사람부터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맨 앞에 있는 사람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앞에서 무언가를 받아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였다.
이게 뭐지……. 나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사람들이 받고 오는 것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더니 밥을 받고 오는 것이었다. 즉 비행기가 2시간 정도 더 연착이 되니 미리 게이트에서 밥을 나누어 준 것이다.
순간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럼 총 3시간 30분이 연착이 된다는 거잖아!!! 갑자기 너무 짜증이 났다. 이 시간이면 벌써 한국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왜 하필이면 오늘 이렇게 많이 기다려야 하는지……. 더 싫었던 건 나누어 주는 밥은 더 나를 실망하게 했다.
하지만 한국에 가는 길은 즐거워야 하지 않은가? 나는 마음을 다시 부여잡았고 결국 3시간 30분 만에 비행기를 탔다.
이제는 정말 가겠지? 안전벨트를 하고 비행기가 가기만을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비행기는 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미 비행기가 많이 밀려 있는 상태라서 정시에 출발하지 못한 우리 비행기의 출발 신호가 관제탑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이지 비행기 신호가 이렇게 파란불로 바뀌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처음 알았다. 그렇게 2시간을 더 기다렸던 거 같다. 결국 5시간 30분 만에 비행기가 출발했다.
이제 두 시간만 가면 한국이 도착하겠구나……. 나는 너무 지쳐버린 나머지 기내식도 먹지 않고 자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어 눈을 띄었고 비행기 지도로 보니 비행기가 거의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있었다. 안전벨트 표시등에 다시 불이 켜진걸 보니 도착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또 불길하게도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인천공항에서 신호대기 사인이 계속 떠서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한다는 사인이었다. 하... 오늘은 왜 이런 것일까... 그렇게를 또 30분 을 기다렸고 기내는 이미 아수라장이 됐다. 단체 관광객 분들은 너무 지쳤다며 소리를 질렀고 사업하시거나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은 시간이 생명인데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서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고함을 지르셨다.
당연히 비행이기에서 소리를 지르면 안되지만 이렇게 비행기가 늦었으니 전혀 이상할게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을 했다. 하지만 재수가 없는 날은 계속 재수가 없는 거 같다. 이번에는 인천공항에서 게이트를 못 찾는 것이었다. 대체 왜일까 대체 왜일까 ……. 승무원 말로는 비행기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해서 정시간에 도착한 비행기가 끝난 후 배치 된다고 했다. 즉 정시간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유선 배정을 한다고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비행기가 내릴 생각을 안하길래 나도 참다 참다 중국 승무원에게 물었다.
나: 언제 내려요?
승무원: 곧 내려요
나: 곧 이 언제에요?
승무원: 언제는 없어요.
중국 특유의 애매모호 습관이 나왔다. 정확한 시간이나 대략적인 말을 안 해주고 곧이라고 끝내버리는 애매모호한 저런 말…….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니 정말로 숨이 확 막힐 것 같았다. 그렇기 몇 시간이 흘렀을까 비행기 안에는 한국 욕과 중국 욕으로 도배가 되었고 나는 지쳐버린 몸을 뒤로 하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아아아...하지만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왜 이렇게 그날 하루는 하지만 이라는 말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말인가. 이번에는 짐 나오는 벨트가 고장이 나서 30분 정도 지연이 됐다. 결국 내가 입국장 밖으로 나온 시간 12시.... 내가 중국 유학생인지 미국 유학생이지 알다 가고 모르는 시간에 나는 한국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엄마랑 아빠도 이미 지친 모습이셨다. 그래도 엄마랑 아빠가 사고 안 나고 잘 도착한 게 다행이라면서 나를 꼭 안아줬다. 모처럼 방학 아닐 때 한국에 갔던 그날의 기억, 연착 12시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중국을 갈때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면 항공사 선택은 대한항공과 아름다운 사람들 아시아나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