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저도 이제 아버지가 됩니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의 제 존재 이유를 어느 정도 달성한 상태가 되었죠. 그러니까, 제 부모님의 존재 이유였던 제가 또 다른 존재 이유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참 기쁩니다.
최근에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을 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근무도 미뤄둔 채, 저를 응원해주러 오셨습니다. 처음에 속으로는 그렇게 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싶었습니다. 출발을 할 때,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김석욱 파이팅~! 작은 거인 파이팅~!’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10km가 채 안되었을 때, 손을 흔들고 있는 부모님을 봤습니다. 체력이 넉넉한 상태라 활짝 웃어 보이며, 당신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파이팅~!’
정말 신기하게도, 힘이 더 났습니다. 그렇게 또 하염없이 달리며, 언제쯤 보이시려나 보고 싶구나하는 생각으로 달렸습니다. 20km 반환점 쯤에서 만났습니다. ‘김석욱 파이팅~! 작은 거인 파이팅~!’ 이 때 까지만 해도 체력이 여유가 있었습니다. 또 활짝 웃어 보이며, ‘화이팅~!!!!’ 외치며 달렸습니다. 달리고 있는데, 차로 따라 붙으셔서 또 ‘화이팅~!!’ 외쳐주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참 기분 좋은 응원입니다.
이제 슬슬 지치는 구간이었습니다. 엄밀하게 지치진 않았고, 아팠습니다. 고관절이 아파서 들리지 않고, 무릎도, 발목도, 발등도 모두 찌르듯 아팠습니다.
‘우와. 이건 뛰어지는 몸 상태가 아닌데?’
그렇게 걸으려던 순간, 페이스메이커가 지나갔습니다. ‘저 사람만 따라 붙자.’ 하고 바닥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조금씩 속도가 느려질 때 쯤, ‘김석욱 파이팅~! 작은 거인 파이팅!’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 어머니였습니다. 이번에는 못 웃어줬습니다. 그런데 정말 희안하게도 그 힘을 받아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부모님께서 이 마라톤 경기에 저를 응원하러 오시지 않았다면, 저는 진짜 완주를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사랑하는 아내와 뱃속에 있는 아기 역시 말로 다할 수 없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지만, 이 글은 제 부모님께 드리는 글입니다.
나이 30이 넘어서 부모님이 정말 보고 싶은 순간이 잘 없습니다. 그만큼 저도 커버렸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마라톤을 뛰는데, 엄마 아빠가 보고 싶더라고요. 어른이 되어 힘들다고 정평이 나 있는 마라톤을 도전하는 와중에, 5살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부모님께 자식은 늘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있는다고 합니다.
어디서든 나를 가장 응원해주는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