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위험은 위험 없는 삶이다.
10. 배수의 진.
그렇게 고3이 되었고, 수시 철이 되었습니다. 문과에서 내신 1등이었던 저는 당시 서울대학교 지역균형발전부분 수시를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 학 교장 추천 원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둘 다 거절했습니다.
사후적인 평가로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당시로 생각해서 수시로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저는 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봤습니다. 비교적 공부에 대한 집중도나 실력이 낮은 고등학교를 다녀 비교적 쉽게 내신을 얻어 특별한 기회를 얻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거절을 한 뒤 정시로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사후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바보입니다.
아무튼, 저는 배수의 진, 도박을 했습니다. 수시라는 보험을 없애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노력했습니다.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나태함을 없애려 했습니다. 9월이었나요, 10월이었나요. 어느 사설모의고사에서는 국영수 과목을 모두 맞았습니다. 탐구과목에서는 총 3문제 틀렸고요. 배수의 진을 친 결과가 여기서 나오구나 자신감을 얻고 수능을 쳤습니다. 결과는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인문학부에 지원을 했습니다. 철학공부는 아버지와 같이 조금 해봤습니다. 괜찮고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지원을 해보았죠. 어릴 적부터 큰 꿈이었다는 둥 그런 포장은 하고 싶지 않네요.
저는 꿈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머릿속으로
‘나는 이것이 되고 싶다.’가 꿈이 아니라
직접 해봤더니
‘너무 좋다. 더 잘하고 싶다.’
하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으로만 그리는 꿈은 뇌내망상 입니다. 아무튼, 1차에는 합격을 했습니다. 2배수 안에는 들었다는 것이죠. 2차에서는 그럼 어땠느냐. 떨어졌습니다. 재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위험(危險)이라는 단어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태할 위, 험할 험으로 위태롭고 험한 것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일에 대해 저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일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아침 에 눈을 떠서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미끄러져 머리라도 찧는 경우에는 큰 일이 날 수 있겠죠.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도 위험한 일입니다. 저는 실제로 재수시절,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가 났었습니다. 이렇듯 어차피 위험을 피하려고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니라면, 최소 내가 하고 싶은 일, 해내고 싶은 일에는 겁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뛰어드는 겁니다.
“가장 큰 위험은 위험 없는 삶이다.”
- 스티븐 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