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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 엄마 있니..

by 유수한 책방


방동댁 아저씨가 가게로 전화하셔서, 엄마한테 막국수 두 그릇도 뽑아주냐고 물으셨다


엄마가 솥에 불 켜놓을 테니 어서 오시라고 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네가 상박이니?'

'아냐.. 아냐 얘는 상박이 동생이야...'


'아니 네가 상박이 동생이야? 그 젖병 물고 다니던 애가 얜가?'

엄마는 신기한 듯이 묻고 또 물으셨다.


방동댁 아저씨는 상박이는 벌써 스물두 살이고 얘는 중학교 2학년이라고 하셨다


'오늘~ 얘가 생일이라고 할아버지 보러 온 거야~...'

그래서 내가 막국수 사맥일라고 전화한 거지


엄마는 집을 채팅을 하다가 남자를 만나 집을 나가고

아빠는 징역을 갔다고 했다.

방동댁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가 손자둘 손녀 둘을 밥만맥여 키우셨다.

손자 셋을 키우시다가 힘에 부친 아저씨가

제일 어린애, 상박이 동생은 어딜 보내셨었나 보다.


방동댁 아저씨는 그러셨다

내가 농사일도 바쁘고, 할머니도 죽고.... 혼자서

애들을 어떻게 키울 줄을 몰라서

얘들이 고생을 했어.....


그래도 그렇게 빈방에 뒹굴뒹굴 버려진 것처럼 키워졌어도

할아버지 품이 좋았는지

가끔 이렇게 할아버지를 보러 온다고.....

오늘은, 자기 생일이라서 제일 보고 싶은 할아버지를 보러 왔다고 했다


방동댁 할아버지는 엄마가 크게 말아주신 막국수를 가위로 반을 뚝잘라서

손자에게 넘겨주셨다


아이고~ 아저씨! 그렇게 그냥 주시지 마시고 비벼서.. 비벼서 주시라고

그럼 양념이 다 안 배서 맛이 없어요


엄마는 답답하신지 달려가서 상박이 동생 막국수 그릇에 막국수를 비벼주고

양념을 해주셨다

순식간에 없어지는 막국수 한 그릇 반.




엄마는 상박이 동생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나는 부엌에서 달달거리며 돌아가는 환풍기 소리 때문에 아이 이름을 듣지 못했다


다시 묻고 싶어 졌다

너는 이름이 뭐냐고..


저녁 찬이 없을 때마다 대충 닭갈비를 볶아서 애들 밥을 먹였는데

오늘 그러잖아도 넉넉히 볶았다

상박이 동생이 올 줄알았나보다



부엌에 서서 나는 작은 접시에 담은 닭갈비를 상박이 동생에게 내밀었다

엄마는 내가 형편이 기울어진 이후로 누굴 돕고 나누는 걸 싫어하시지만

그래도 상관이 없었다


상박이는 맛있다고 막국수를 그렇게 먹고도 닭갈비를 금방 다 먹길래

더 줄까 물었더니 괜찮다고 잘 먹었다고 인사를 여러 번 했다

부엌에서 지켜보는 나를 연신 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엄마는 상박이 동생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주면서

더운 데 가다가 하드라도 사 먹으라고 하셨다



방동댁 아저씨가 가시고, 드시던 상은 잔반이 없이 깨끗했다

상박이 동생은 애들이 먹지 않는 야채까지 깨끗이 먹었다.


아니, 새끼를 낳았으면 기르던가

저렇게 버리려면 낳질 말던가!

왜 불쌍한 새끼들을 줄줄이 만드냐고...


엄마는 한참을 상박이 부모, 상박이 엄마를 욕했다.

아니 자식을 버리고 사는,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부모에게 욕을 했다.




근데 왜 엄마는 나한테

새끼 다 버리고 가라고 했어?



엄마는 상을 치우던 손을 거두시고 밖으로 나가셨다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그 아이가

길건너에 서계신 엄마께 몇 번을 허릴 굽혀 인사를 했다


나는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다가가 묻고 싶었다

엄마가 계시냐고... 너를 기다리는 엄마가 있냐고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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