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바이 더 씨
주말 손님이 많은 시간에 나의 오랜친구 h가
이제 6개월정도 된 아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놀러왔다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개업선물 화분을 건냈다. 연쇄살식마인 나에게 가당치도 않는 화분이라니!!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화분속 이제 피기 시작하는 꽃몽오리에 정신이 팔려, 아무말도 못하고 화분을 받고 한참 꽃을 바라봤다.
" 야.. 이꽃은 이뻐서 내가 집에 가져가서 살려줘야겠다..."
내 얘기 h는 분명히 니가 뭐라 한소리할줄 알았는데.. 의외라 말을 했다
너 요즘... 내 찰진 욕이 필요했나보다?? 어?? 뭐 미래지향적인 욕 한번 해줘? 어??
나는 h의 아내를 보며 우리보다 한참 어린 28살 젊은엄마의 아름다움을 얘기했다
진짜 이쁘다. 젊음이 좋긴 좋아~ 도둑놈이야~ 어디 한참~~ 어리고 이쁜 아가씨를 말야~
쿡 찌르며 인사처럼 건낸말
h는 아무렇지않게.. 이쁘긴 g 가 이쁘지.. 걔만큼 이쁜여자가 세상에 어딨니
대답했다
g는 우리사이에서도 항상 빛이였다.
g는 누구와 함께 있어도 반짝반짝 빛이났다. 아니 그 친구 스스로가 빛이였으니
우리도 그 후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g가 늘 그늘이 있어보이고, 진지했던 h와 어떻게 사귀게 되었고
5년동안 연애를 했는지 이해가 안간다가 다들 얘기했지만
세상에 g가 제일 밝게빛났을땐 소박한 h와 함께 였을때였다 생각했다
h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나도 우리엄마 건너 건너 아주머니께 들은얘기론
h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임신중에 사고로 돌아가셔서, 친정식구들은 아이를 지우고
재혼을 시키려고 했는데 h의 어머니께서 아이를 낳아 친정식구들과도 떨어져 혼자 사는걸 아시고는 h의 외할아버지가 h를 부산의 한 고아원에 두고 오셨다고 했다
h의 어머니가 사방천지 고아원을 다 뒤지고 뒤져서 h를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때가 h가 네살이였다고 했는데, 신기하게 h는 4살 몇달의 기억이 생생했다고 한다.
그날 h를 안아주던 엄마의 냄새와 눈물이 흐른 얼굴로 본인을 부비던 그 감촉도 모두 기억이 난다 얘기한적이 있었다
h의 어머니는 늘 검소하고, 소박했다. 과일을 사도 한번도 포장된걸 사본적이 없다고 얘기했었다
화장한번 하신적이 없고, 늘 재봉틀앞에서 일하시는 분이라 옷도 본인이 직접 만들어 입으셨으니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은 찾을수가 없었다.
한번은 h의 집에 g가 인사를 드리러 갔었는데, 화려하게 휘감은 옷과 화장 그리고 과일바구니를 보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셨다고 하셨었다.
g가 나중에 나에게 얘기한것중에.. h가 자기집에 놀러올때 그냥 검은봉지에 사과 한봉지 사오고 운동화를 신고 오라고 몇번 얘기한걸 자기가 듣지 않았다고 했다.
h의 어머니는 싫다 좋다 말씀없이 아직 어려서 그렇지 철들면 저 아가씨랑 살진 않겠지.. 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셨다.
g의 부모님께서 g의 미래 반려자에게 바란건, 단하나 온전한 가족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셨다
h는 그건 내가 바꿀수없는 일이고, 할수도 없는걸 바라셨던것이기 때문에
아니. 사실 내가 설득할 용기도 없고 그가족사이에 내가 낄수없다는걸 내가 더 잘알고있어서
무릎꿇고 빌지도 못했다고 했다
어른들의 바람을 빼면, 둘은 완벽한 조화같았다
어둠과 빛.. 꼭 렘블란트 자화상 같았다. g는 h에서 한없이 자유로워보였고, 나는 여지껏 그렇게 밝은 눈빛의 어둠을 본적이 없었던것같다
둘은 정말 사랑했었던것같다
h가 마지막으로 g에게 이별선물을 사줬던 얘기를 들은건 헤어지고 나서 한참뒤였는데
싸우고 나서 일주일동안 전화가 없던 h가 g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가방하나 사줄테니까 가자
집앞으로 데리러 갈테니까 준비하고 나오라는 말이
마지막으로 너에게 선물하나 주고싶다는 말이였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창밖을 보면서 g 가 우는데 h가 어떤 말을해도 대꾸도 못하고 창밖만 바라보고있었던
g가 그날 처음 웃었던건
가방을 고르고 결재를 하던중에 h가 36개월 할부로 해달라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 저녁도 먹고, 아무렇지 않게 대신 인사없이 헤어졌다고 했다
h는 자기가 기억하기론 그날이 태어나서 두번째 울었던 날이라고 했다
부산의 한 고아원에서 자기를 찾으러 온 엄마를 보고 한번
g를 보내면서 한번
저녁먹었냐고 물으시는 엄마의 무릎을 베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는 g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g는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 삼년쯤 지나 h가 결혼을 한다는 얘기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우리집에 와서 건하랑 신나게 놀아주는데
내가 h가 애기를 낳아서 얼마전 백일이였다는 얘기를 흘렸는데 그말에
4살 아이의 뽕망치가 너무 아프다고, 눈쪽을 잘못맞았다고
엉엉 울기시작했다
아이의 저녁잠을 재울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
한밤중 소주잔을 기울이며 했던 얘기들중
깊은 사랑은 눈앞에 상대가 없을때 더욱 깊어진다는 말이였다
h가 주말에 g 가 이쁘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h는 덤덤해졌구나 하는 안심과
지금 이별을 시작한 g의 얼굴이 떠올랐다
누구나 이별의 아픈시간이 오긴하지만,
이별의 시작과 끝이 , 아픔의 시간이 다르다는걸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