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식마의 고백
재작년, 중휘언니네 화원에서 사 온 7년 된 오렌지 자스민
예전에 애들 데리고 제주에 놀러 갔을 때 꽃이 핀 오렌지 자스민을 보고 향에 푹 빠졌었는데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사러 간 화원에서 만나게 되었다
아직 꽃이 피질 않아서, 다른 분들이 모르는 것 같았다
"언니, 이거 향 너무 좋지 않아요?"
"선영 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제주에 갔다가.. 이 나무를 보고.. 홀딱 반했었거든요 "
지난번 붉은 인동을 데려다가 일 년도 안가 죽여놓고, 이 이쁜 오렌지 자스민을
가져가는데 맞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오렌지향이 가득한 우리 집을 생각하면 애지중지하며 꾸준히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작년 가을에 오렌지 자스민이 계절 앞에 놓아두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날리는 꽃향기에
오가는 사람들도 걷던 걸음을 멈추고 향을 맡기도 했다
하루는 성당 가는 길을 묻던 할머니가 며칠을 가게 앞에서 눈을 맞추시더니,
이 오렌지 자스민 가지를 좀 잘라가도 되는지 물으셨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온풍기 아래에서 애지중지 기르다가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봄에는 낮에 볕을 두 시간 쐬어주고 화분을 안으로 안고 옮겨서 동네 할머니들은 내 모습을 보고 애기 기르는 것 같다고 하셨다
오렌지 자스민은 볕을 좋아한다는 경동야채 사장님 말씀을 듣곤, 해가 쨍하게 드는 가게 앞에 화분을 두고 매일 물을 주었는데, 어느 날 보니 가지가 새까맣고 아피리들이 노란 연둣빛으로 돌고 진딧물도 가득했다
매일 물을 주고, 비료를 줘도 애가 꽃도 피지 않고 바짝 말라가는걸 기름집 사장님이 보시곤,
볕이 너무 센가 보다 말씀하셨다
화분을 모두 수레에 싣고서 맞은편 반쯤 해가드는 처마가 있는 야채가게 앞으로 옮기고
며칠을 지내다 보니, 꽃몽우리가 올라왔다
이전보다는 이파리 색도 진해지고, 진딧물도 점점 줄어들었다
작년에는 꽃이 피면, 향이 진했는데 올해는 꽃은 가득해도 향이 진하지 않았다
코를 박고 꽃 향기를 맡아야 조금 향이 나는 정도였다
기름집 사장님께, 작년보다 향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 꽃도 힘들면 그럴 때가 있어 "
늘 향이 좋던 꽃도 힘들면 꽃을 다시 피어 주는 일도 감사하라는 말씀을 더 하셨다
그래, 네가 그 볕 속에서 살아줘서 더 마르지 않고 살아줘서 너무 고맙다...
생각했다
꽃도 그래... 힘들면 향이 없을 수도 있지..
늘, 입에선 욕이 멈추질 않고 하루는 좋았다 하루는 낙심했다 반복하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생각했었는데
아침 기름집 사장님이랑 나눈 몇 마디 오고 간 대화는 온통 나를 위로하는 말들뿐이었다
꽃도 그래... 그래도 이렇게 망가지지 않고 다시 꽃펴 준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그렇지??
사장님은 무심히 마른 이파리들을 뜯으며 말씀해 주셨는데, 마음속에 마른 가지가 떨어지고
새순이 돋은 느낌이 든다
다시 꽃펴준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고마운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