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말이 없었다
분이 나서 목에 핏대가 쫙 서는 나와 달리 남편은 말이 없고 묻는 말에 대답을 겨우 하는 정도였다
왜, 왜 그런 거야
도대체 왜 전화는 받지 않고
어디를 왜 그렇게 다니는 거야
왜.. 남편과 대부분의 대화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었다
도대체 왜..
성실하던 남편이, 친구를 믿고 투자, 소액의 이익을 얻고 나서 다시 재투자하며 돈을 잃게 되는 전형적인 사기에 말려들었다고 했다
돌이킬 수 없었다고, 원금을 회수했을 때 그만뒀어야 했는데..
한 번만 더 하면 두 배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또다시 그 구렁텅이에 스스로 빠져들었다고 했다
주식에서 인터넷 사행성 도박에 빠진 남편은 집을 한번 나가면 보통 2박 3일
길면 일주일은 전화도 받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도박에만 빠져있었다
아이들도, 나도, 우리는 아예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었다
며칠 만에, 귀신몰골을 하고 나타난 남편에게 도대체 왜.. 왜 그러냐 물어도
남편은 말을 참다 , 다시 집을 나가 연락두절
이런 생활이 두 해가 넘어갔다
살던 집은 남편 사채빚에 넘어가고, 친청엄마의 돈, 우리 형제들의 돈까지 모두 빨려 들어가
사실상 회생불가능
남편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려 나를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을 피해, 맨발로 뛰어다니는 꿈만 꾸던 그때
아이들이, 내 삶에.. 내 발등 위에 등불 같았다
돌아갈 수 없는 지난 시간 앞에 돌이키지 못하는 남편의 중독에 나도, 아이들도 한순간 시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