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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부탁해

은성이를 기다리며

by 유수한 책방

이름이 뭐니?

밥을 먹고 나가려는 아이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 이마는 물론이고 눈을 반쯤 가린 앞머리 사이로 가려진 눈이 반짝했다.

최은성이요.


은성아, 가다가 음료수 사 먹어


나는 만 원짜리 몇 장을 꼬깃하게 접어 은성이 손에 쥐어주고 아이를 보냈다


보육원에서 선생님 두 분과, 아이들 7명이 토요일 오후에 점심을 먹으러 왔다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지난 시간이라 손님이 늦은 점심을 먹던 시간, 아이들이 가게로 들어왔다


가게로 우르르 들어온 아이들

딱 그랬다. 내가 독감이 심해져서 폐렴으로 고생할 때 며칠 일어나지 못해 남편이 아이들을 건사할 때 딱 이 아이들 같았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머리를 감아도 제대로 감지 않아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점심에 뭘 먹었는지 그대로 옷에 묻어있는 걸 보고 나는 아파도 일어나 애들을 씻기고 먹이고 챙겨서 애들 아빠한테 맡겼다.


아이들이 목사님이라 부르는 어른과, 다른 어른 한분 아이들 일곱이 밥을 먹는데, 주문량이 작았다. 남루한 모습에 닭갈비를 더 넣어주고 말을 하진 않았다.


그 앞머리가 눈을 반쯤 가린 은성이가 공깃밥을 먹고 싶다 했는데, 다른 애들은 먹지 않는데 너만 먹냐는 선생님의 한마디에 나는 말없이 공깃밥과 우리 식구가 먹으려던 다른 찬 하나를 은성이 앞에 가져다줬는데, 아이가 가고 난 상위에는 손도 대지 않은 찬과 깨끗이 비워진 밥그릇만 있었다


공깃밥 한 그릇에 눈치를 보던 아이는, 야채와 당근만 집어 먹어서 나는 고기를 볶으며 잘 익은 고기 몇 점을 아이 접시 앞에 놔주었더니 밥을 먹으며 연신 고개를 꾸벅하며 고맙다 인사를 했다.


밥 먹을 때 핸드폰도 안 보고, 착하네 야채도 잘 먹고..

내 칭찬에 핸드폰은 꺼졌다고 짧게 대답을 해주는 아이들이 다 착하고 이뻐 보였다


아침에 야채를 먹지 않아서 사과 반쪽을 줬더니, 과일을 왜 먹어야 하냐고 투덜대던 아들을 떠올리니, 부족한 밥을 감사히 먹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짠한지, 나는 은성이 밥을 하나 더 담으러 부엌으로 가서 한숨이 나왔다


밥을 먹고 나가는 은성이는 중학교 2학년인데, 체격이 작아서 그런지 6학년 올라가는 우리 아들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아이들은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밥을 먹고 입을 닦지 않아서 나는 서서 한 명씩 냅킨을 주며 거울 보고 입을 닦아봐바, 했더니 애들이 그 좁은 거울 앞에 서서 서로 얼굴을 보며 입을 닦았다.




은성이 엄마는, 은성이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생각하고

지금 버려진 게 아니라, 세상에 놓아준 은성이 엄마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세상에게 아들을 부탁한 아이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아들 잘 크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넘치는 사랑을 받는 아이보다 잘 지내고 있어요 인사도 잘하고, 그 핸드폰도 떼쓰지 않고 보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은성엄마....



다음에 다시 한가한 주말 오후, 은성이가 가게로 다시 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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