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향한 마음
버려진 섬마다 꽃이 핀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칼의 노래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어디도 손 뻗을 수 없는 홀로 있는 섬을 생각했다
그 섬안에 가득 핀 봄꽃을 생각했다.
꽃을 같이 보며 즐거워할 누군가가 없다는 거
홀로 있을 때 철저히 아름다워진다는 건
어쩌면 슬픔이 가득 찬 외로움이 떠올랐다.
삶이 나의 의지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게 몇 년일까?
그리고 삶은 모래사장에서 손으로 움켜쥔 모래알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허무함이라는 걸 알았던 게 몇 년일까?
내 삶의 귀퉁이 한 조각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쩌면 내 삶의 전부였다는 걸 이제 알았다
자식들이 그렇다
지난밤 나는 맨발로 집을 뛰쳐나가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가 없는 달음질은 철저히 가엽고 가엽다.
나는 버려진 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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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고 달려가야 하는 나는 버려진 섬 같았다.
강가에 서서 울고 있는 내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던 건
아들의 아픔이었다.
나 때문에, 순전히 나 때문에 마음에 병이 걸린 아들을 잡고
울음이 범벅이 된 사랑한다는 말을 외쳤다
눈이 오는 아침
늦잠이 들어버린 아이들이 잠든 방을 차마 열지도 못하고
열린 문틈사이로 아들을 보았다.
이제야 편히 잘 수 있다는 아들의 잠을 지켜보고 싶었다.
삶이 나에게는 겨울일지라도
너에게는 따뜻한 봄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목적지 없이 달려간 강가 앞에서
통곡을 하며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던 나를 붙잡았던 건
아들의 울음이었다
버려진 섬에도 의지와는 상관없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움켜쥐었던 손을 펴고
바닥에 누웠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눈을 보며
눈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겐 아직 겨울이지만
눈이 쌓인 꽃봉오리를 보며 이미 봄이라고 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