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and only 사랑하는 나의 아들
어둠을 밝히는 유일한 나의 빛
건하를 안을때 그런생각이 종종 들곤했다.
겨울밤 환한 달빛은 포근하지만, 바람은 추워 늘 몸을 웅크리곤 하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그 밤 그길이 따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시간, 차가운 달빛이 아니라, 겨울 빙판길을 내리던 포근한 달빛이 건하 같았다
부모복 없으면, 남편복도 없고 자식복도 없다더니.. 내가 딱 그짝이야..
엄마는 늘 그렇게 우리를 타박하셨는데, 엄마의 넋두리에 어떤 자식이, 부모에게 자식복을 주는 자식은 어떤 사람인가? 묻고 싶었다
자식복이 없는 엄마의 자식.. 나는 늘 내가 부끄러웠고 변변찮은 학교에 , 흔한 직장에, 진행형인 남루한 삶..
엄마가 자식 복이 없다고 하셨던건 꼭 찝어 나를 두고 하신 말씀 같았다
한참 힘든시간엔 엄마의 지나가는 말에도 마음이 괴로워 내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에게는 한없이 부끄러운 자식이지만,
그래도 나의 바람은 나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사는 자식을 두고 싶었다
건하는 4학년부터 영국을 가고싶어했다. 축구를 좋아해서 그런건지, 알수는 없지만
영국을 가고자 스스로 영어를 공부하고, 오케스트라 연습에 빠진 수업을 내리 3시간을 버티며 영어를 배웠다
건하가 학원에서 왕따를 당하고 울고 학원을 그만두던날도, 영국을 가지 않겠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
건하에게 영국은 어떤 의미인지 묻진 않았지만, 아마 내가 엄마에게 자식복이 있는 자식으로 거듭나는 그런 원대한, 이룰수 없는 꿈만 아니였기를 바랬다
친구들이랑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데, 건하가 5만원짜리 돈을 꺼내서 친구들 영화를 보여줬다는 주선이 엄마 전화에 건하를 불러 돈이 어디서 났냐 물었더니 할머니가 감자 파시고 용돈으로 주신돈이라고 했다
" 너 , 니돈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써도 되는거야?. 니가 아직 어린데, 그렇게 큰돈을 가지고 다는것도 맞지않으니까 다음부터 엄마한테 맞기고, 쓸때는 받아가!"
"엄마 내돈 다 쓰잖아.."
"뭘 엄마가 니돈을 다 써!!?"
" 엄마 내 통장에 돈 다썼잖아...."
풀이 죽은 건하가, 영국을 가려고 할머니가 주신돈, 옆집 할머니가 주신 오천원도 다 모아놓은 통장의 돈을 엄마가 급할때마다 빼쓴걸 보고, 어차피 나는 영국을 못가,, 그러니까 내 맘대로 돈을 쓸거라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부모복이 없는 아들
며칠동안, 잠을 설치다가 가게앞으로 대출을 신청했다. 신청기간도, 서류도 까탈스러웠지만 도에서 일정 금액 이자를 보전해주고 수수료도 없어서 그나마 운이좋았다
통장으로 이체된 대출금
건하는 올해 달력에 10월에 영국으로 가는, 일정을 체크해놨었는데
돈이 입금이 되자마자, 표를 예매하고 건하의 10월달 달력에 출국이라고 동그라미를 쳐줬다
10월 13일 금요일
13일의 금요일... 날짜는 무서웠지만 급하게 검색한 표들중에 왕복 비용이 가장 저렴한 날이였다.
건하는 이탈리아로 도착해 영국으로 가서 11월 집으로 돌아온다
이탈리아 포시타노 해변에서 수영을 할거라고, 맞지도 않은 수영복을 챙기며 집안을 쏘다녔다
나의 형편에,
보는눈이 한둘이 아니고..
그렇게 ..
염치없이..
오가는 말들은 거칠어 겨울밤 부는 칼바람 같지만,
건하의 마음은 밤을 걷던 우릴 비추어주던 달빛 같았다
엄마, 히가시노 게이고 책 읽어봐 다 재밌어~ 엄마 이거 읽어볼래?
새꺄.. 가서 공부나해.. 이시캬.. 수학 빵점맞지 말고... 어디서 근본없는 성적표를 받아오냐?
엄마~ 사람이 그럴수 있지~
너 다녀와서 공부만 못하면 아주.. 죽을줄 알아..
다 해~ 다 해놨어 내가!!!
건하가 가는 영국은 아마, 내가 좋은 자식이 되는 일보다 더 기쁘고 신나고 벅찬 일 같다
너의 소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소원이였던 여행이 축복속에, 기쁨속에 시작되고 즐거움과 다음에도 꼭 이라는 기대로 마무리 되길.. 진심으로 기도해.. 건하야...
너는 꼭 너의 길을 갈수 있길
그길이 가시밭이면 엄마가 먼저 나아가 가시를 다 꺽어줄께
너의 길은 늘 평탄하고, 순탄하고, 탄탄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