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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퍼도 꾸준히 Jun 01. 2020

탈샴푸 도전! 소프넛으로 머리감기 2일차

이상하게 머리가 차분하다.  머릿기름일까?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는 삶)와 미니멀라이프(필요 없는 것을 없애고, 본질에 집중!)를 추구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각종 세제를 어떻게하면 더 친환경적인 것으로 대체할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조금만 찾아보면 세제가 어째서 몸에, 그리고 환경에 좋지 않은지 알 수 있다.

카페를 조금만 뒤져봐도,

물세제를 비누로 바꾸고 생리통이 없어졌다는 간증글을 쉽게 볼 수 있으니 해볼 만 한 일이다.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라이프 카페를 살펴보니,

대체해야하는 세제의 목록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1. 샴푸 - 소프넛 혹은 샴푸비누


2. 컨디셔너 - 식초 혹은 구연산


3. 바디워시와 샤워볼 - 비누(다행히 원래 비누를 쓴다!) + 손(샤워볼에 세균이 많이 번식한다고 해서 원래 안쓴다! 나는 이미 미니멀을 실천하고 있었다니 뿌듯하구나! 하하하)


4. 세탁세제 - 소프넛(세제) + 과탄산소다(표백제) + 식초(섬유유연제, 다행히 자취시절부터 사용중! 빨래에 번식하는 세균을 잡아서 냄새가 나지 않게 해준다. 해가 잘 들지 않고, 환기도 잘 되지 않는 방에 빨래를 말리는 자취러라면 꼭 사용해보세요!)


5. 설거지세제 - 소프넛 혹은 설거지비누 혹은 알코올, 베이킹소다, 식초 등


6. 치약 - 죽염 + 자일리톨 + 베이킹소다 (죽염만, 베이킹소다만 쓰는 사람들도 있고 두 개만 섞어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죽염은 짜고 자일리톨은 달고 베이킹소다는 쓰다고해서 죽염과 자일리톨만 섞어서 도전해볼까 한다.)


다른 것들은 아직 집에 잔뜩 있어서 일단 있는 것들을 다 쓸때까지 보류하고,

탈샴푸에 먼저 도전했다.

삼푸비누를 구매할까 하다가

여행지에서 비누로 머리를 감아봤던 불편한 기억에

샴푸비누 보다는 소프넛으로 머리 감기를 먼저 시도해보기로 했다.




솝베리, 혹은 무환자나무열매라고도 하는 소프넛은

물에 들어가면 거품이 나서 옛날부터 세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소프넛은 말린 대추처럼 생겼는데,

날이 따뜻해지니 대추야자 냄새가 났다.


다섯알 정도의 소프넛이 든 작은 주머니를

세제 대신 세탁기에 넣고 세탁하는 것이

소프넛의 가장 흔한 사용법이다.


이 외에도 물에 넣어두거나 끓여서 노오란 물을 받아다가

설거지나 샴푸 대용으로 쓰는데,

블로그 등을 검색해보면 만족하며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프넛 거품이 세제처럼 풍성하지 않아

설거지비누나 샴푸비누로

방법을 바꾸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조사를 마친 뒤 마음을 비웠다.

거품은 물을 오염시킬 뿐, 내 머리를 깨끗하게 해주는 것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실제로 해외여행 중,

한국 샴푸가 그리웠던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어쩌면 지금 내가 쓰는 샴푸처럼 그렇게 풍성한 거품은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본 적도 있으리라.




잡곡을 샀지 너를 산 건 아닌데...싶었던 플라스틱 통을 깨끗이 씻 소프넛을 한 줌 넣었다.

열 알이 채 안되는 양이다.

쪼로록, 물을 부었다.

물이 들어가자마자 거품이 인다.

거품이 이렇게 쉽게 나다니 마음에 든다.


소프넛을 넣고 끓인 물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귀찮은 것은 싫어하므로 일단 우려서 사용해보기로 했다.


노오랗게 소프넛물이 우러나도록 기다리면서

베란다에서 먼지 쌓인 세숫대야를 꺼내왔다.

아무래도 소프넛으로 머리를 감으려면 필요할 듯 싶었다.

세숫대야의 먼지를 씼는다고

우러나지도 않은 소프넛물을 조금 부었다.

신기하게 미끈미끈한 거품이 났다.

새까만 구정물이 씻겨나갔다.


반나절쯤 지나니 소프넛물이 노오란 색을 냈다.


떨리는 마음으로 대야에 물을 담았다.

오랜만에 대야에 머리를 감으려니 허리가 아팠다.

대야를 세면대에 올렸다.

이제야 좀 할만하다.


샤워기로 머리를 적시면서 대야에 물을 받았다.


원채 머리숱이 많아서 샤워기를 이용해

두피 안쪽까지 모두 적시려면 오래 걸리는데,

머리를 대야에 푹 담그니 머리 안쪽까지 순식간에 젖는다.

소프넛에 실패하더라도 대야는 써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머리를 다 적시고 나니 소프넛을 어찌 쓰면 좋을지 난감하다.

보리차 같은 소프넛물을 샴푸처럼 손에 덜어 바르자니

머리에 닿기도 전에

손가락 사이로 소프넛 물이 줄줄 흐를 것이 분명하다.


설거지할 때, 설거지통에 물과 소프넛물을 함께 부어

그릇을 씼는다는 블로거의 말이 떠올랐다.

대야에 다시 머리를 박고

그 위에다가 소프넛물을 부었다.


줄줄줄 소프넛물이 흐른다.

문질러도 거품이 나지 않는다.

분명 대야를 씻을때는 거품이 났었는데, 어찌된 일일까.


거품과 세정력은 관계 없다는 말을 되내며 두피를 구석구석 문질렀다.

거품이 없으니 어색하다.

그래도 어쩐지 개운한 기분이다.

거품이 없어서인지 헹구는것도 너무 쉽다.

대야에 머리를 몇 번 담구고,

샤워기로 마무리했다.


왜지?

왜 개운하지?

분명 거품이 하나도 안났는데?

소프넛에 대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플라시보일까?


여행지에서 비누로 머리를 감았던 때보다는

덜 뻑뻑하고 더 개운하다.

샴푸보다는 덜 부드럽고 더 개운하다.

일단은 합격점이다.


여기에 식초나 구연산으로 마무리를 하고싶었지만

조금 남은 컨디셔너에 손을 뻗었다.

남아있는 물건은 끝까지 잘 쓰는 것이 제로웨이스트에 어울리는 일이니까.

거기다 소프넛의 효과를 알려면

소프넛 이외의 것에는 변인을 통제해야만 하는 법이다.




머리를 말렸다.

어라? 머리가 기름지다.

거울로 요리조리 살펴보고 남편에게 거듭 확인했다.

머리가 떡진것은 아니다.

눈으로 보았을때는 샴푸로 머리를 감았을 때와 차이가 없다.

그런데 손으로 머리를 만져보면 뭔가 기름지다.


그 때문인지,

매일 방방 떠서 고민인 머리칼이

오늘따라 차분하다.

샴푸가 기름을 필요이상으로 쏙 빼서 건조해진 머리칼이 붕붕 떴던 것인지,

소프넛이 기름을 덜 빼서 기름낀 머리칼이 착 가라앉은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문제다.


어쨌든 머리가 한결 얌전하다.

킁킁. 냄새도 괜찮다.

내 오랜 숙원을 소프넛이 해결해 준 것이리라 믿어본다.


한 가지 더.

샴푸를 사용했을 때는 매일 머리를 감는데도

매일 머리가 간지러웠다.

샴푸를 바꿔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소프넛을 사용하니 어쩐지 머리도 가렵지 않다.

플라시보일지 진정 소프넛이 괜찮은 것일지는 아직 의심중이다.


다음날도 소프넛으로 머리를 한 번 더 감아보았다.

여전히 머리는 차분하고,

손으로 만져보면 어딘가 기름지며,

머리는 덜 가렵다.


오늘 저녁에 머리를 감을 때는

소프넛 통을 흔들어서 거품을 내어 사용해볼 예정이다.

머리에 소프넛을 부어 거품을 내는 것보다

쉽게 거품이 나길 바란다.


한 달 뒤, 소프넛 찬가를 쓰길 기대해본다.

과-연, 그 결과는?

한 달 뒤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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