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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Jan 12. 2023

암환자의 식단

먹고 싶은 거 먹고살기

암환자가 되고 나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바로 식단과 운동이다.

어제는 유튜브알고리즘이 어떻게 된 건지 열심히 헬스를 해서 근육도 키우고 건강하게 있다가 갑자기 살이 빠져서 병원에 갔더니 췌장암이었다는 근육맨의 스토리가 등장했다.


어깨랑 다리 근육이 빵빵하던데,, 그렇게 운동하고 근육을 키워도 암이란 놈이 찾아오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운동 열심히 하면 암은 안 걸린다는 법칙은 깨진 듯하다.


다시, 나의 식단으로 돌아와서..

예전에는 라면을 자주 먹었다. 저녁시간대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햄버거를 정말 매일매일 먹은 것 같다.

이게 다 남편 때문.

야식을 참지 못하는 탓에 늘 저녁 늦게 라면 끓여 먹고, 치킨 먹고 맥주 마시고, 그러더니 나의 저녁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늘 햄버거를 먹자고 했다.

패스트푸드.. 최악의 음식.. 암유발..


모든 게 기승전결.. 남편 때문이다.

남편 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룬 날도 많고, 우울증 약은 먹어도 어느 날 문득..'팍.. 죽어버릴까?'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퍼뜩 정신을 차려봐도 이 생각이 잘 떨쳐지지 않는다.

어느 날은 집에 있는 게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차라리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고 싶어 진다.

일단 입원하면 주사 스트레스가 있지만, 집안일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한결 편하다.

그럼 호캉스를 가면 되는데, 굳이 병원이라는 곳이 생각나는 것은 내 휴식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 인 듯하다.


암환자는 이것저것 가려야 할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커피.. 갑상선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들 중에서는 칼슘수치가 조절이 안돼서 약으로 보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커피는 칼슘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칼슘수치가 떨어지면 손발이 닭발처럼 오그라 들고 온몸이 오그라드는 응급상황이 오기도 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밤중에 그래서 응급실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카페에 주를 이룬다.

그러면 다들, 걱정은 하면서도 내 부갑상선은 괜찮구나.. 하며 안도하게 된다.

타인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여기지 않지만, 인간이란 것이 간사하다 보니.. 로 전이된 사람. 뼈로 전이된 사람. 가슴까지 열어서 수술한 케이스들을 보면 갑상선암은 진짜 착한 암은 아니다.

그냥 암이다. 못돼 쳐 먹은..


암환자에게 이건 이래서 안 좋고 저건 저래서 안 좋다..라고 하면 정말 먹을 게 없다.

먹을 수 있는 게 제한적인 것만큼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그냥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편하게 살라고 한다.

암환자들 중에서도 식단관리 철저히 하고 매일 만보씩 걷고 운동해도 재발하는 케이스를 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들리 없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이 말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일상의 스트레스를 걷어낼 수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인간관계는 상당히 포기하고 축소시켜놓기는 했다.

더 이상 미련도 없고, 내게 하는 꼴을 보면, 그 사람은 그냥 그 모습이 한계인 것이다. 뭔가를 기대하고 바라니까 내가 힘들다.

그 사람은 그 한계 속에서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는 게 순리이고 내가 바꾸려 드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암환자의 식단이라고 지중해식으로 먹으면 좋다는 말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내 식단은 엉망이다.

하루에 두 끼만 먹고, 반찬은 멸치와 콩나물, 계란프라이 정도가 끝이다.

뭔가 요리를 하고 나를 위해 준비하는 식단이 번거롭고 귀찮다. 누가 챙겨주면 몰라..

내가 차려먹기 싫은 기분이다.

뭐.. 얼마나 더 살려고 아등바등 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직 병은 있고.. 5년이라는 시간은 남아있다.

그 안에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야 하는데.. 그 생각도 역시 스트레스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인데, 이 스트레스가 끝나지 않으니. 좋은 음식, 좋은 식단,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좋은 정보를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

혹시라도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셨다면, 그냥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생각 없이 티브이보고, 넷플릭스 보며 맘껏 웃으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살길은 그것뿐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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