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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Jan 13. 2023

암환자와 과자

아빠의 간식

내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기 1년전에 친정아빠가 먼저 위암말기 진단을 받으셨다.

병원에선 씨티를 먼저찍어보고 복막에도 전이가 있으면 수술은 불가할 것이라고 미리 고지를 했다.

위암말기이고 크기는 14cm가 넘었고 위의 입구부터 두툼하게 아래쪽을 완전히 막고 있었다. 그 상태로 몇년간을 음식을 먹고 소화를 시켰다는게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빠는 밥이든 뭐든 먹고 나면 소화가 안되서 늘 밥먹고 소화제를 한웅큼씩 먹고 그도 안되면 한방소화제를 먹고 매 끼니마다 그렇게 소화를 시킨다 생각하면 늘 먹던대로 먹어오던중 어느날 음식이 명치와 가슴어느부분에서 꽉 막혀서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들때쯤에야 위내시경을 했는데 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의 아빠의 식생활은 과식, 폭식, 야식먹는 것으로  완전 40여년간 습관처럼 몸에 배인 루틴이었다.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먹다간 탈나~!!!"

엄마의 잔소리에도 그냥 "허허~!" 하고 한번 웃으면 그만이었지만, 암진단을 받은 후에도 아빠는 암이란 병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몸에 자란 혹하나 떼내면 그만인 그런 병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나이 칠십평생 수술이란건 한번도 받아본적도 없는 양반이 수술대에 실려가선 수술실 분위기에 겁먹고 수술실에서 도망쳐나오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의료진들의 설득과 반강제로 마취를 시작하고 수술을 마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위암은 갑상선과 마찬가지로 위전절제술과 위공장문합술을 함께 시행했다.

의사도 아닌내가 이런 의학용어를 알게 된것은 아빠의 병에 대해 알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아빠를 전적으로 돌봐야하는 엄마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엄마는 수술후 아버지가 주의해야하는 모든 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아빠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소식, 운동, 인스턴트음식 끊기. 밀가루음식 먹으면 안되고, 설탕금지, 과자금지. 기타등등..몸에서 맛있다고 여겨지는건 모두 먹을 수가 없는 상태이다.


그래도 조금 다행인건 간간히 운동을 나가시는데 갈때마다 용돈을 조금씩 챙겨가서는 마트에 들러 과자를 사서 한봉지를 다 먹고 들어오신다는 거다.

이 문제로 엄마는 아빠를 어릴때 나를 혼내키는 것처럼 아버지를 몰아세우고 혼내키셨지만, 아빠는 운동을 나갈때마다 과자를 잊지도 않고 늘 드셨다.


한달에 한번 병원 외래가는날.

주치의앞에서 엄마는 아빠의 일탈 낱낱이 고했다.

운동하러 나가서는 설탕이 잔뜩 묻어있는 과자를 사서 다먹고 온다..암이 제일 좋아하는게 설탕인데..이 양반이 그것도 모른다..면서..


의사선생은 허허 웃었다..

"뭐..어머님..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담배하고 술이 제일 안좋죠"

라고..하셨다.


나도 암진단을 받기전엔 과자를 달고 살았다. 애도 아닌데, 과자는 왜 그렇게 맛있는지..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심리..

나도 안다.

나도 같은 암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아빠를 혼내킬때 "너도 그러니?" 라고 묶어서 물어볼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마음한켠이 아프고 슬프다.

내가 암환자라는것을 굳이 확인시켜주어서 뭐하게?

굳이 셋트로 묶어서 확하고 싶은게 뭔데?

화가나서 엄마랑은 긴대화를 하지 않은지 오래됐다.

물론 엄마에게 특별한 저의는 없을 것이다.그렇게 믿고 싶다


먹지 말라고하면 더 먹고 싶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오래 못산다고 하면, 더 오래살고 싶어지는것이

인간인지라..

엄마에겐 암이 없고 , 아무병도 없어서 과자를 먹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고,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할 이유도 없다지만,

가끔 필터링이 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엄마말을 듣고 있으면 나는 암에 걸렸으니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에 땅굴을 파게 된다.


물론,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런말을 그대로 들려주면 필시 싸움이 되고 만다.

엄마의 언어는 직설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상대의 상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은 언어가 대부분이다.


과자는 암환자에게 그리 좋고,영양이 많은 음식은 아니지만,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선생도 과자 먹는건 상관없다고 하셨다.

남은 인생..과자 몇봉지 더 먹었다고 암이란 놈이 어디 다른데가서 더 생길 이유 내가 보기에도 없어 보였다.


아빠는 위를 절제했기 때문에 음식이 머물러있는 곳이 없고 바로 소장을 타고 내려가 변으로 나오기때문에 영양분이 흡수가 되지 않는다. 덤핑 증상도 있어서 과식하면 구토, 오심.식은땀과 함께 복통도 겪는다.

그래서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하는데 아빠는 너무 자주 먹는탓에 다시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잘 먹으면 잘 낫는 병인줄 알고 예전처럼 먹을려고 노력하시는데, 지금은 먹는것보단 운동이 절실해보인다.

엄마는 초반엔 아빠를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하시다가 이제는 포기하셨다.


한번씩 전화를 하면 하소연을 하시는데..

그냥 내버려두라고 했다.얼마남지 않은 시간, 먹고 싶은것 좀 먹다 갈 수 있게 이말 저말 하지마시라고..

엄마도. 체념한듯.."그래.." 라고 하신다.

하지만, 과자를 먹고 나선 배가 아프다고 하시니..그건 문제다.


사실, 암환자에게 방부제와 설탕이 가득 든 그 과자가 좋을리 없으니.한두개만 드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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