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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Nov 09. 2023

반말하는 앞매장 언니

초면인데요?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그중에서도 정말 별나고 별난 사람들. 사회에서 그런 류의 사람들을 만났더라면 당연히 내 바운더리에 두지 않았을 사람들이 예상보다 그곳엔 많았다.

그게 이 일을 시작하면서 느끼게 된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첫날은 당연히 뭐가 뭔지 몰라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내 앞매장의 언니로 추정되는 인물은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때론 잔머리들이 몇 가닥  땀에 젖어 얼굴에 붙어있기도 했다. 저사람은 매니저일까?직원일까?알바생일까?궁금해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박스에 담긴 옷들을 꺼내고 정리하고 꺼내고 정리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바생이라면 저렇게까지 열심이진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난 그 모습을 물끄러미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일하다 말고 한숨을 돌린듯한 그 언니가 나를 주시하며 박스를 두손으로 잡은채 허리를 숙인채로  "오늘부터 일하기로 한? 몇 살이야?"라고 물었다

참 당황스러워서 어버버 하고 있다가 나이를 말해주니

"내가 언니네? 한참언닌데, 그냥 반말 깐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유형의 인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너무 무례했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이런 사람들이 비일비재한 곳에 내던져졌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난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 든 적어보이든 반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턱대고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내 맘대로! 마인드를 가진 인간들은 가차 없이 무시해 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마주하고 보니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초면에 왜 반말이시죠?"

말 한마디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분위기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 언니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무슨 회식이라도 하는 줄.. 그리곤 또 일사불란하게 각자 궁금증을 해결하고는 흩어졌다.

나는 그렇게 신기한 이방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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