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루 김신영 Aug 17. 2023

지리산과 <토지>

지리산과 <토지>     


경남 하동의 최참판댁에 가기 전에 나는 지리산을 둘러본다. 지리산은 참 물이 많은 산이다. 고지에서도 철철 흐르는 물을 만나 너무나 신기하였다. 지리산에 산다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정상 부분에 자라는 키가 2미터가 넘는 웅장한 진달래는 고래의 역사를 가지마다 증명하듯이 길었다. 


물은 사방천지에서 흐르고 계곡은 깊어, 5시간 이상을 내려와야 민가가 나왔다. 지리산을 민족의 영산이라 하는 이유가 그대로 느껴지는 시간이다. 이러한 지리산 자락에서는 풍요를 누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어떤 거지도 지리산 자락 민가에서는 배가 부르다 하지 않는가? 


섬진강은 넓은 강폭에 풍부한 수량을 바탕으로 비옥한 대지를 돌아 흐른다. 거기에서 나는 작물은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판매된다. 계절마다 화려한 산자락, 사람들의 품성도 넉넉한 곳이다. 그곳에 박경리 작가의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댁이 있다. 부지런히 살면 몇 년 안에 부자가 될 것 같은 마을이 즐비한 곳이다.     


최참판댁의 재산은 야비한 방법이 동원되어 모여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래서 최참판댁은 자손이 귀하다. 어쨌든 서희는 그곳에서 태어나 조선말기부터 시작된 역사의 회오리를 겪으며 성장한다. 민족의 젖줄인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경남 하동의 최참판댁, 외동딸 아씨인 서희의 인생 시작점이다. 

사진 박경리 작가     


아버지 최치수가 죽자 재종 사촌인 교활한 조준구의 계략에 속은 서희는 집안의 재산을 모두 빼앗긴 채 가문을 일으키겠다는 일념으로 길상과 함께 간도로 이주한다. 간도에서 서희는 길상의 도움으로 토지거래를 통해 큰 재산을 모은다. 이후 다시 진주에 정착한 서희는 빼앗긴 재산을 되찾고 길상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투옥된다. 


이어 3.1 운동이 일어나고 서희의 아들인 환국과 윤국은 자신들의 처지와 민족의 비참한 현실에 갈등한다. 이후 출옥한 길상은 암자에서 탱화를 그리다 다시 투옥된다. 광복이 멀지 않은 때에 서희는 가족과 서울로 갈 것을 결심하게 된다.  


민족을 위해 애쓰는 일은 신분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비단옷을 걸치는 일도 아니며 미친 일도 아니다.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한다면 독립운동을 하겠는가? 그것은 어쩌면 대한민국이라는 땅에 태어난 사람들의 숙명이다. 2000년대가 넘어가면서도 분단국가인 민족의 이산을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여기며 어떻게 통일을 이루어갈지 관심을 갖는 것은 비단옷을 걸치는 일이 아니다. 운명처럼 이 땅에 태어났기에 이 땅이 온전한 모습을 회복하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이를 두고 좌파니 빨갱이니 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다고 말하는 입술에는 자신의 안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던 시대를 거쳐 온 불안과 두려움이 서려 있다. 그러나 용기 있는 자의 헌신과 희생이 아니었다면 민족이 온전하겠는가? 이만큼 발전했겠는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용기 있는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은 대단히 유의미한 것이다.  


서희는 친일파인척 하면서 자신이 모은 돈을 은밀하게 독립운동에 지원한다. 당시 간도에는 독립운동을 위해 재산을 초개같이 버리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바로 독립운동의 주역인 이름 없는 열사들이다.  

    

나라가 무엇을 해줄까를 생각하지 말고

내가 국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케네디     


사람들이 무엇을 해줄까를 생각하지 말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필자          

이전 02화 영화 <암살>의 의병투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