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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Aug 15. 2023

<미스터 션샤인> 애기씨


<미스터 션샤인> 애기씨     

김은숙 극본, 이응복 연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2018.7.7.~9.30 방영.


<미스터 션샤인>이란 드라마가 대단히 탄탄한 구성력으로 방영되었다. 2019년 가을에 인기리에 종영한 이 드라마는 드라마라는 장르에 거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스터 션샤인’이 성공한 이유는 서사의 완벽함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반 여성인 애기씨는 당대 최고의 신분을 가진 인물이다. ‘애기씨’는 약할 것처럼 느껴지나 이 드라마에서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강한 인물로 나타난다. 평소에는 규방에 있으나 틈틈이 무술을 익히며 장총으로 사격연습을 한다. 애기씨를 중심으로 의병(義兵)이 등장하는데 그 의병들은 이름이 없다. 그들의 이름은 ‘아무개’로 통한다.      


특히 지체 높은 여러 유형의 귀족이 등장한다.  즉, 힘을 잃어가는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기로 작정하는 귀족과 백성위에 군림하며 갑질하는 귀족이다. 처음부터 의병이었고 마지막까지 의병이었던 애기씨는 자신을 연마하고 솔선수범하는 선구적이며 적극적인 모습을 구사한다. 또한 애기씨의 사격솜씨는 일품이다. 백발백중의 실력으로 조선말기 위태로운 국가에 친일 반역자들을 처단한다.

총을 들고 지붕과 지붕을 나는 애기씨

그는 담을 사뿐히 넘나들며 지붕에서 지붕으로 날아다닌다. 아름다운 여성이나 약하지 않다. 강한 인간상을 보이는 애기씨는 종국에는 독립군을 지원하고 군사를 기르기 위해 만주로 떠난다.

       

    기존의 드라마에서 여성은 으레 약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사랑을 완성하는 존재로 등장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강하고 당차며 단단하다. 또한 섬세한 인간상과 여성성을 가진 인물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인 애기씨는 단호하면서도 결단력이 있으며 주체적이면서 부드럽고 아름답고 기품 있다. 신분이 낮아 차별을 받았던 여타 인물들은 자신에게 아픔을 준 조국을 미워하며 협조하지 않지만, 나중에 주인공이 염려하는 위태로운 조국을 이해하며 이를 지키는 일에 적극 가담하게 된다.


단호하고 강한 정신력을 지닌 애기씨, 그가 사랑하는 조국을 지키는 위대하고 고귀한 자의 이름인 수많은 아무개 들, 즉 의병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들이 허다하게 등장한다. 구한말이라는 시대극의 리얼리티와 함께 팽팽한 긴장감을 갖는 시적 대사와 연기가 돋보이는 드라마였다. 이름없는 자들의 대명사인 ‘의병’ 사료가 거의 없는 소외된 계층의 조명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의병은 힘없는 나라의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었고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어놓는 희생과 헌신이 표현되어 지금의 조국의 모습이 의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식에 이른다. 빛도 없이 헌신한 의병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넘쳐나게 하는 드라마다. 질곡의 역사를 이어온 의병의 의로운 모습은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로 꼽는 사람이 많다.

고애신과 쿠도히나-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각자 위치에서 독립운동을 한다

스스로 의병이 되어 이름 없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조명한 것이 이 드라마를 화제작으로 만들었다. 탄탄한 구성과 서사와 주제의 형상화가 두드러지는 것은 물론이다. 현대의 여성인 나에게도 주체적이면서도 단호한 삶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대라는 훨씬 자유로운 사회가 되었다고 하나 늘 누군가의 아내이며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때문이다. 이른바 현모양처라는 것에 만족하는 것은 주체적인 삶이 아니다. 능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주체로서의 직립이다.    

  

더욱이 여성 총잡이의 모습은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아니 그것을 뛰어 넘어 숭고하다. 조국의 운명을 조금이라도, 하루라도 더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헌신하는 태도는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오, 다만 나는 불꽃이요
 ‘꽃’으로 살되 ‘불꽃’으로 살려 하오.


오늘이라는 시간 또한 우리 모두가 이제는 불꽃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글로리 호텔의 주인이었던 인물은 ‘물어’야 할 때를 생각하게 한다. ‘울기’보다 ‘물기’를 선택하라고 알려주는 말은 수동적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라는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우리시대의 여성들이 아직도 물기는커녕 울기를 선택하는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게 한다. 이제는 사회에서 여성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단호하게 살아가기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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