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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Aug 18. 2023

<82년생 김지영>과 함께

약자인 여성의 폐해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으며 귀를 열어 들을 수 없다

<82년생 김지영>과 함께      


논란의 핵심에 있었던 책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책 보다 작품성을 높이고 캐릭터의 상황을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았다. 이 책을 놓고 댓글을 단 남성들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어떻게 한 여성에게 그 많은 차별과 병적 증상이 나타나느냐고 말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필자야 말로 그러한 사건들의 중심에 있었기에 너무나 잘 안다. 비단 82년생 김지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남성들이 가해자로 보이는 것을 억측이라고만 할 것인가? 


믿었던 선배가 성폭력을 저지르고, 믿었던 친척들이 성추행과 성폭력을 저지른다. 특히 미투에 연루되거나 지목된 시인은 성폭력을 저질러 놓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고 꼬리를 자르며 피하기에 급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비열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사과인지 모를 말을 중언부언하기도 하였다. 더구나 그들은 너도나도 여성 관련 미투에 찬성한다는 뻔뻔함을 보이며 시대에 야합하는 태도를 보였다.


필자는 길을 가다가 문득 우산대로 여성의 그곳을 찌르는 중년 남성을 만난다. 지하철에서 재빨리 가슴을 만지고 내리는 넥타이를 정중하게 맨 30대 남성, ‘이것은 누구 손이냐!’고 더듬는 손을 들어 소리치고 뒤돌아보니 50대 넥타이를 맨 교장 선생님처럼 생긴 멀쩡한 남성, 택시에서 카드 낸다고 여자가 재수 없는 년이라는 욕설을 왕창 퍼붓던 운전사 등 크고 작게 수도 없이 만나고 들었다. 엉덩이를 손으로 만지고는 왜 전화번호를 묻지 않느냐던 쉬인(쉰네나는 시인).


자기가 먼저 달려와서 차를 멈추게 해 놓고는 세상에서 처음 들어 보는 온갖 음담욕설을 퍼붓던 탑차 기사(그 기사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경찰에 신고해서(너무 화가 나서 발로 살짝 건드린 것을 찼다고) 사과하라 해서 눈물을 머금고 사과했다는 기막힌 일, 그 일은 오래도록 후배를 힘들게 했다.) 생활 주변 남성들의 성추행은 셀 수조차 없다. 그나마 피해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제대로 뉘우친 것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아도 그런 일이 너무나 많이 일어난다. 지금은 그러한 모든 것이 폭력이고 추행으로 인정되고 죄질이 나빠 강력하게 처벌 할 수 있으니, 그나마 참 좋아진 세상이다...

 


화장실의 작은 구멍을 막은 휴지들, 웬 구멍이 이리 많은지..  이 구멍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82년생 여성’이 겪는 일은 일도 아닐 정도다. 그보다 훨씬 이전 세대인 여성들은 더 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사회적으로 어떤 보호도 기대할 수가 없었고 오직 보호란, 굳게 입을 다물고 무덤까지 함구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평범한 여성 김지영이 겪은 지극히 사실적인 것은 그야말로 몇 안 되는 사건들의 기록이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여성이라면 바바리맨을 안 본 사람이 없으며, 추행을 안 당한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뿐인가 수많은 모임과 회식에서 여성이 옆에 앉아 있는데도 당연한 듯이 성적인 모욕이나 차별을 일삼는 대화로 여성들은 재차 추행을 당한다. 이를 굳게 참고 견뎌 온 것이다.

 

참다 보니 우울증이 생긴다. 우울증이 겹쳐서 빙의가 일어난다.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으니 김지영은 빙의를 통해 많은 여성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김지영은 빙의로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여성들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한마디도 못하고 참고 참으며 살고 있다. 


그러니 김지영은 많은 여성을 대변하고 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용기를 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필자 또한 수많은 어머니를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참는 것은 그간의 세월로 충분히 넘친다. 이제는 목소리를 내는 기투하는 인간으로 초월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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